[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북 당일인 18일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결제 체계”를 언급했다. 미국의 달러 중심 금융시스템에서 벗어나 무역을 활성화하고 양자 간 경제협력을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노동신문 1면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우리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결제 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물론 우리 나라들 사이 인도주의적인 협조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조 분야로는 고등교육 기관 간 과학활동 활성화, 상호 관광여행, 문화 및 교육, 청년, 체육 교류 등을 꼽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인도주의적 협력 분야를 내세웠지만, 이면엔 제재에 구애받지 않고 무역을 포함한 양자 간 경제협력을 추진하겠단 의도가 깔렸다고 해석된다.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각종 제재를 주도하는 서방의 달러·유로화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탈피해 북러만의 결제 시스템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북한과 인도주의 협력을 제외한 유의미한 협력은 대부분 대북제재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도 서방 국가들이 이끄는 고강도 제재로 각종 금융거래를 제한받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와 거래하는 중국 은행까지 ‘제3자 제재(세컨더리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12일 경고했다. 중국이 제재를 우회해 러시아에 무기 부품용 반도체 등을 공급하고 있단 우려에서다.
러시아 전문가인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가 달러 기축통화 체계를 붕괴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경제적 연대를 만드는 데 북한도 협력해달란 것”이라며 “서방 경제 시스템과 무관한, 러시아와 우호국만의 반미 경제연대를 만들겠단 선언”이라고 말했다.
북러는 이미 2014년 두 나라 간 무역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기로 합의했지만 결제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단 평가가 나온다. 2016년 1월 4차부터 2017년 9월 6차까지 이어진 북한의 핵실험 및 2017년 12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등 일련의 도발로 인해 강도 높은 안보리 제재가 다수 채택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신냉전’ 구도가 굳어지면서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제재를 포함한 안보리 차원의 대북 공동대응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북한과 러시아의 무역은 크게 유의미한 규모는 아니다. 북한은 대중 무역 의존도가 90%를 넘을 정도로 여전히 경제적으로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국경봉쇄를 단행한 2020년(4.94%)을 제외하면 러시아가 북한 대외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부분 1%대에 머물렀다. 2020년 대러 수출·수입 총액은 4265만6000달러(약 589억원)였다.
현 위원은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며 북러 간 다양한 경제협력이 진전되면 양자 간 무역액이 증가할 것”이라며 “서방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양자 간 무역을 촉진하는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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