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과 만나 은행 실적주의와 임직원 윤리의식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최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우리은행 횡령 등 은행권 비위행위가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해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리스크관리 소홀히 하고 성과받는 체계 바꿔야”
이 원장은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내은행 20곳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은행권이 당면한 주요 현안과 함께 신 성장동력 발굴 등 은행산업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그간 은행권에서 제기한 애로·건의사항에 대해 설명하는 등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원장은 “불완전판매 및 금융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임직원 의식과 행태 변화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조직문화 정립에 경영진이 앞장서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년간 은행권에서 DLF, 라임 사모펀드, 홍콩 H지수 ELS 등의 불완전판매가 잇달아 발생했고 최근까지도 서류 위조 등으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임직원의 도덕불감증,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이는 은행산업의 평판과 신뢰 저하뿐 아니라 영업·운영위험 손실 증가 등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쳐 은행의 존립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금융당국은 지난 몇 년간 대규모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법규에 따라 책임있는 관련 임직원을 엄중 조치하는 한편 내부통제 혁신방안 및 지배구조 모범관행 마련, 책무구조도 도입 등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을 추진했다”고 쩐했다.
이어 “그러나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로 이어지는 임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의 근본적 변화 없이 제도 개선이나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는 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준법·윤리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들의 영업행위·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 누구라도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 개연성을 감지할 경우 이를 스스럼없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영업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실적만 좋으면 내부통제나 리스크관리는 소홀히 하더라도 우대받는 성과보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ELS 사태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은행의 단기 실적위주 문화가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아무쪼록 이번 사태가 은행이 영업실적 보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성과보상체계를 정립하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진행 중인 피해고객에 대한 자율배상도 장기적인 신뢰 회복의 관점에서 원활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또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해 근본적으로 은행의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러한 은행의 조직문화 변화에 따라 불완전판매 및 금융사고 위험이 줄어든다면 자본비율 산정을 위한 운영위험 가중자산 산출에 있어 감독상의 유인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해외 금융감독당국의 조직문화 감독에 대한 사례를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금융사 조직문화를 정기적으로 감독하고 있는 영국·호주·네덜란드·캐나다·싱가포르·홍콩 등 해외 감독당국 사례를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은 위법·위규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사 조직문화를 관리하기 위한 금융안정위원회(FSB)의 권고도 소개했다. 해당 권고에는 경영진이 회사내에 적절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명확한 문화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PF연착륙·가계대출 관리, 시장안정 위한 중요한 과제”
이 원장은 현재 위험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가계부채에 대한 은행권의 역할도 당부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시장의 연착륙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긴요한 선결과제”라며 “금융당국도 사업성 평가기준 정비 등을 통해 원활한 구조조정을 도모하고 있지만 잠재부실 사업장에 묶여있는 자금이 선순환돼 부동산 PF 시장이 조기에 정상화될 수 있도록 은행·보험권이 신디케이트론에 적극 참여해 빠른 시일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계부채는 지난 2년간 통화긴축 기조,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노력 등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됐지만 향후 금리·주택시장 등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빨라질 수 있으므로 다시 한번 긴장감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며 “가계대출이 명목 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의 차질없는 시행 등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은행산업의 미래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최근 저출산·고령화, 지역 소외 등으로 은행의 고객기반이 변화하고 있으며 빅테크의 금융진출, AI기술 활용 확대 등으로 전통적인 은행영업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며 “금융서비스의 편의성 향상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는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변화와 혁신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며 더 나아가 은행의 장기 생존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작년부터 은행권과 협업해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을 추진하며 은행산업의 경쟁촉진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해 왔다”며 “앞으로도 은행의 부수·겸영업무 범위 확대, 자산관리서비스 역량 제고 등을 위한 감독·규제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은행의 부수·겸영업무 범위 확대, 자산관리서비스 역량 제고 등을 위한 감독·규제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겠다”며 “은행도 적극적인 신 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그 성과가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 강화, 국민 자산형성 기여 및 지역사회와 상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은행장들은 금융시장 안정, 사회적 책임 이행 등 은행권에 대한 금융당국과 국민의 기대를 잘 인식하고 있고 이에 부합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 대규모 불완전판매·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근본적인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금융당국의 인식에 공감하며 신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변화와 혁신의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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