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신지은 앵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5년 초, 내로라 하는 검색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이 ‘중력파’라는 이름으로 도배된 적이 있다. 연예인, 정치인의 이름이 주로 오르 내리는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만 들어도 무거운 ‘중력파’라니.
내 앞의 시간과 공간이 중력의 무게로 일그러지는 것이 중력파란다. 공간이라면 어찌 이해해보겠지만 시간까지 일그러진다라. 그야말로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궤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단어가 아니었을까. 과학자들과 함께 하는 과학 생방송인 곽방TV를 5년여 간 진행해오고 있긴 하지만 나 역시 문과이기에 이 개념을 받아들이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중력파는 100여년 전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낸 아이디어였다. 중력파란 질량이 있는 물체가 움직이는 힘이다. 사람도 질량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움직여도 중력파는 방출된다. 하지만 느껴지지 않을만큼 미미하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중력파란 블랙홀 정도의 어마어마한 별들의 움직임, 그 움직임에서 나오는 ‘파동’이었다. 아인슈타인의 말이긴 하지만, 아무도 쉽게 믿지 못했음은 당연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검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5년, 우주의 지평을 타고 13억년을 날아온, 태양의 65배 크기의 슈퍼 블랙홀이 만들어 지는 과정에서 낸 블랙홀의 움직임, 중력파를 마침내 우리의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밝혀냈다기보다는 증명해냈다는 말이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중력파는 거기 이미,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중력파의 검출도 대단했지만, 더 대단했던 것은 수많은 신념있는 과학자들의 노력과 시행착오 그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42년간의 노력이었다.
‘라이고’라는 검출기로 중력파의 존재를 밝혀냈고, 영화 ‘인터스텔라’의 자문 역할을 하기도 한,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킵 손 교수는 1973년 이렇게 말했다. 중력파를 발견하기 정확히 42년 전의 이야기다.
“중력파 탐사를 위한 검출기를 만들어내는 데 맞닥뜨려야 할 기술적 어려움은 막대하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독창적이고 대중들이 이에 대한 믿음을 더해줄 것이기 때문에 모든 장애물들을 우리는 확실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뜬금없이 ‘중력파’ 이야기를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이야기로 가득찬 기사창에 올리는 것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자세가 바로 ‘믿고 받아들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한다. 암호화폐는 다 사라질 것이라고. 또 어떤 이들은 이야기한다. 암호화폐는 절대 기존의 금융과 싸워 이길 수가 없다고. 발전은 할 수 있겠지만 비주류로 우리 사회에 살아남을 것이라고.
지금껏 우리가 우주에서 거리를 이야기할 때 쓰던 유일한 기준은 ‘빛’이었다. 하지만 중력파의 발견으로 우리 인류는, 빛도 통과할 수 없는 블랙홀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중력파와 함께 저 먼 우주로 나아갈 수 있는 지평을 얻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시기에도 중력파에 몰두한, 그 누군가의 반 세기의 탐험가 정신으로 말이다.
암호화폐는 다 사라질 것이고, 살아남아도 비주류일 것이라는, 블록체인 기술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 사이에 선 우리는, 탐험가임이 분명하다. 결과가 어찌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묵묵히 수많은 시행착오와 믿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중력파를 한 세기만에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으로 가져온 과학자들처럼 말이다.
별을 보려면 어둠속으로 가야 한다. 이 어둠 속에서 탐험가의 정신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두에게 응원의 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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