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어느 결제보다 카드결제가 많은 곳. 스마트폰으로 어느 은행이든 간단히 이체가 가능한 곳. 스마트폰을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는 곳. 금융인프라가 훌륭히 구축돼있는 대한민국의 이야기다. 이러한 금융인프라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다가오는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변화를 수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는 한국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암호화폐를 통한 결제인프라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암호화폐 결제 방식이 아니더라도 결제가 이미 단순화 되어 있어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제시스템의 변화가 4차산업혁명의 물결이라지만 사람들은 굳이 변화를 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한 업체는 한국시장보다는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는 카드결제나 모바일 결제가 활성화돼 당장은 암호화폐 결제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하리라 판단했다”면서 “동남아 시장은 아직도 현금이 많이 쓰이는 만큼 암호화폐 지갑이 더 유용할 것”이라 말했다.
현재 중국은 카드나 현금결제가 거의 없다. 위챗페이를 통한 QR코드 결제가 보편화되어있어 오히려 모바일 기반 결제가 한국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프리카의 케냐도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된 나라다. 어디서든 모바일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결제 시스템이 현금에서 모바일 단계로 넘어가 카드결제 단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간 단계가 없어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모바일 기반 결제 환경으로의 변화는 암호화폐가 빠르게 흡수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줬다.
한국도 모바일 결제 이용률이 늘고 있지만 카드의 벽에 부딪히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카드가 보편적이고 불편함이 없기에 혁신적인 무언가가 있지 않는 한 암호화폐 결제시스템으로의 빠른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변화하긴 하겠지만 카드가 도입됐을 때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그는 “거래소 입장에서 암호화폐 사용이나 결제가 활성화 되면 좋겠지만 한국에는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많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김의석 한국조폐공사 블록체인사업기획팀장은 익숙함에 취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환경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경로의존성의 저주를 경계하고 한국이 4차산업혁명 속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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