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한국경쟁법학회, ‘AI와 경쟁법’ 공동 학술대회 개최
권오승 전 공정위원장 기조발제 ‘AI의 발달과 경쟁법’ 발표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소수의 빅테크 기업이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는 현상이 발생하자 국내에서도 AI 규제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오승 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는 공정위와 한국경쟁법학회가 21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AI와 경쟁법’을 주제로 개최한 공동 학술대회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는 1980년 독점규제법을 제정·시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산업 분야나 시장에 따라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가 많이 남아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에는 디지털 경제가 급격히 발달함에 따라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해 경쟁질서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며 “그 대표적인 예가 온라인 플랫폼과 생성형 AI의 발달에 따라 나타나는 경쟁법상의 이슈”라고 말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된 것은 실태가 어느 정도 파악돼 이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생성형 AI와 관련된 것은 아직 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성형 AI와 관련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면 인류에게 큰 축복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 및 사용’을 위한 AI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올해 포괄적인 AI 규제법을 제정해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AI 규제를 위한 기본 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 ‘AI 기본법’을 제안한 바 있으나 국회 과방위에서 계류되다가 제21대 국회 임기종료로 폐기됐다.
권 교수는 AI 규제 방식에 대해 ▲공적규제 ▲사적규제 ▲사전적 규제 ▲사후적 규제 ▲경제적 규제 ▲자율적 규제 등을 상정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업계가 선호하는 자율적 규제에 대해서는 유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공정한 경쟁질서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나라에서는 시장의 자정 기능이나 기업의 자율적인 규제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런데도 우리가 그러한(자율적 규제)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면 생성형 AI가 기존의 독과점적 시장구조 등으로 인해 경쟁제한행위나 불공정거래행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공정당국에서는 생성형 AI의 사용실태를 조사해 긍정적인 영향과 부작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송대섭 네이버 이사는 “AI 기술 경쟁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단위’의 패권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어 AI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법과 관련해 유럽연합(EU) 내에서도 과도한 규제가 미국 빅테크와 경쟁하는 유럽 AI 스타트업의 기회를 빼앗아 간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각 국가가 AI 규제에 산업적 맥락을 반영하는 ‘AI 패권시대’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plu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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