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친(親)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해상 공격으로 수에즈 운하가 막히면서 물류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상황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발생했던 ‘공급망 교란’이 재차 일어날 것이라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각)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선박 공격을 심화함에 따라 전 세계 운송 가격이 급등해 제품 부족과 지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글로벌 항공화물 시장분석 업체인 제네타(Xeneta)가 집계한 중국에서 유럽까지의 평균 해상운임은 지난해 10월 2TEU(40피트짜리 표준 컨테이너 1대)당 약 1200달러(약 166만원)에서 최근 약 7000달러(약 970만원)로 증가했다.
1만5000달러(약 2079만원)까지 올랐던 팬데믹 시기만큼은 아니지만, 그 이전과 비교하면 5배가량 상승한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까지의 운송 비용은 6700달러(약 929만원)가 넘었고, 상하이에서 뉴욕까지는 약 8000달러(약 1109만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12월까지 상하이-LA, 상하이-뉴욕 해상 운임은 약 2000달러에 불과했는데 6개월 만에 3~4배가량 오른 것이다.
제네타의 수석 분석가인 피터 샌드는 이 같은 운임 상승에 대해 “아직 정점에 다다른 것이 아니다”며 추가 상승을 경고했다.
이처럼 글로벌 해상 운임이 상승한 주요 요인으로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이 지목된다. 홍해는 전 세계 교역량의 12%가 통과하는 곳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영토 쪽으로 항행하는 선박은 어느 것이든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후티 반군은 홍해 상에서 아시아, 유럽, 미국 동부 해안을 오가는 선박의 핵심 동맥인 수에즈 운하로 향하는 서방 선박에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선사들 대다수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지름길이 막히면서 아프리카로 우회했고, 이에 따라 선박 운항 일수가 왕복 기준 3~4주 늘어나며 화물 운임이 뛴 것이다.
실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수는 평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외에도 ▲북미와 남미 대륙 사이의 파나마 운하가 극심한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져 운영 당국이 통과 선박 수를 제한하고 있는 점 ▲미국 동부와 걸프만 해안에서 항만 노동자들이 파업 시위로 위협하고 있는 점 ▲캐나다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 채비를 하는 점 등도 글로벌 해상 운임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제 시간에 배송돼야 할 물품이 늦게 도착하면, 공장의 생산이 지연된다. 항구에 갇힌 선박은 배송 흐름을 방해하고 이에 따라 트럭 운송 및 철도 산업에도 압박을 가하게 된다. 이는 결국 운송업체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은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발생했는데, 후티 반군의 공격 등 요인으로 재차 공급망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일 물류기업 레누스 로지스틱스(Rhenus Logistics)의 미주 해상 화물 책임자인 스테파니 루미스는 “나는 지금 시장을 ‘코로나19 팬데믹 2세'(Covid Junior)라고 애칭하고 있다”며 “많은 면에서 팬데믹 당시의 위치로 바로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의 최고 운영 책임자인 데이브 휠러는 “(공급망 교란으로) 매달 40% 이상의 금리를 지불해야만 한다”며 “이는 팬데믹이 최고조에 달했던 해와 유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가격 리스크로 인해 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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