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400원 근접 원화, 올해 7.2%↓…엔/달러는 170엔까지 뛸 수도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올해 강달러에 밀려 주요국 통화가 모두 약세를 보인 가운데 특히 신흥국 통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원화도 올해 들어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이 1,400원에 다가서면서 가치 하락 폭이 세계 10위권에 들었다.
25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 폭은 7.2%로 세계에서 9번째로 높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87.5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보다 1.5원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1,400원을 눈앞에 둔 수준이다.
전체 국가 중에 레바논(-83.2%), 나이지리아(-40.4%), 이집트(-35.9%), 가나(-21.3%)가 작년 말 대비 통화가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일본 엔화 가치는 11.6% 떨어지며 선진국 중에 두드러지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 뒤로 아르헨티나(-11.0%), 튀르키예(-10.4%), 브라질(-9.9%), 한국(-7.2%), 칠레(-7.1%) 등 신흥국들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했다.
MSCI 신흥국 통화지수도 작년 말 대비 0.9%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위안화도 전날 달러 대비 7개월 만에 최저치(달러-위안 환율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진국 통화도 미 달러화 앞에선 힘을 쓰지 못해서 스위스(-5.8%), 스웨덴(-3.8%), 캐나다(-2.9%), 유럽연합(EU)(-2.8%), 호주(-2.1%) 통화가치가 모두 달러 대비 하락했다.
다만, 영국 파운드화는 -0.3%로 상대적으로 가장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105.51로 작년 말(101.1)보다 높다.
미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화는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
EU와 스위스 등이 먼저 금리를 인하하고 일본은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못하면서 격차가 더 벌어지는 형국이다.
특히 엔화는 달러 대비 160엔 방어가 관건이 됐다. 일본 정부가 개입을 시사하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금융시장에선 달러당 170엔을 보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 DS 자산운용과 미즈호 은행에 따르면 엔화 팔자와 달러 사자 흐름이 계속되면서 달러당 170엔이 가능해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투자자들은 정부 개입은 단기 효과에 그칠 뿐이고 장기적으로 추세를 바꿀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본은행이 이달 금융정책결정 회의에서 국채매입 감축 규모를 결정하지 않자 엔화 약세 속도가 더 빨라진 것으로 풀이됐다.
25년간 엔화 거래를 해 온 ATFX 글로벌 마켓의 닉 트위데일은 “엔 달러 환율이 꽤 빨리 170엔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 개입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미쓰이스미토모 DS자산운용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신지 쿠니베는 “일본 정부가 개입하면 150엔 가까이 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170엔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가치는 달러뿐 아니라 유로화 대비로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merciel@yna.co.kr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