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암호화폐사업에 관한 월가의 현재 입장은 한마디로 어중간한 상태로 정리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월가에서 암호화폐를 포기한 금융기관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일부 업체들은 트레이딩 인프라를 계속 개발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주춤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암호화폐분야의 선두 주자를 목표로 했던 골드만 삭스의 경우 이 부문에서의 진보가 너무 느려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라는 것이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많은 사람들은 암호화폐를 둘러싼 지난해의 광풍이 월가의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것은 비현실적 발상이었다고 말한다.
뉴욕 소재 솔리스X 파트너스의 CEO 대니엘 갤런시는 “시장은 골드만삭스 내지 다른 대형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 트레이딩 사업을 갑자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현실적 기대감을 가졌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희망하고 있는 갤런시는 “그 같은 전망은 시장의 과장된 생각 중에서도 으뜸이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디지털 자산 책임자로 앤드류 필을 고용한 모간 스탠리는 기술적으로는 적어도 금년 9월부터 비트코인 선물을 추적하는 스왑을 제공할 준비를 갖췄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아직까지 단 하나의 계약물도 거래하지 않았다. 지난 9월 모간 스탠리의 한 관계자는 기관 고객 수요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면 계약이 런칭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 씨티그룹도 현재의 규제 구조 하에서는 아직 어떤 암호화폐 관련 상품도 거래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자사 고객들이 암화화폐 트레이딩 데스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던 영국의 바클레이즈는 현재 거의 출발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바클레이즈는 전에 오일 트레이딩을 담당했던 크리스 타이어와 매튜 좁 듀발 두 명을 올해 암호화폐 사업 개발 담당으로 임명했다.
씨티그룹과 모간스탠리 관계자들은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대한 블룸버그의 코멘트 요청을 거부했다. 골드만삭스의 대변인 패트릭 레니한은 “고객들의 필요에 맞춰 사려 깊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초 거의 2만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 4000달러 부근으로 하락했음에도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기관들이 필요한 경우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레딧 스위스의 트레이더로 활동하다 지금은 소규모 암호화폐 중개업체 NKB그룹의 대표를 맡고 있는 벤 세블리는 “보다 중요한 스토리는 지금 기관 트레이딩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도이체방크에서 트레이더로 일했던 유진 응은 “약세장은 많은 기관들이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충분한 테스트 없이 서둘러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 없이 적합한 토대를 쌓을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