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등 일본 기업도 AI 관련 신규 사업 모색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디지털 전환에 뒤처진 경험을 안고 있는 일본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변화를 맞아 민관 모두 AI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AI가 학습 대상으로 삼는 음성 데이터를 인증할 ‘일본 음성 AI 학습 데이터 인증서비스 기구'(AILAS)가 내달 사단법인 형태로 설립될 예정이라고 26일 보도했다.
ALIAS는 성우 등의 음성 데이터에 인증을 부여해 AI 개발자가 사후 발생할 수도 있는 법적 문제점에 대한 걱정 없이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음성 출처인 성우 등도 대가를 지급받게 지원하는 형태의 업무를 할 계획이다.
AI를 둘러싼 지식재산권의 법률 정비가 이뤄지기 전에 계약 시스템을 구축해 대응하는 것이다.
앞서 일본 내각부가 지난달 AI와 관련된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연 전문가 회의에서도 저작권법 등 법률 정비뿐만 아니라 계약 등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일본 정부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수요에 맞춰 늘리는 투자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을 국빈 방문한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일본 내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2년간 29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MS처럼 일본에 대한 대형 투자 계획을 내놓은 미 빅테크 기업은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27년까지 4년간 2조2천600억엔(약 2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아마존, 10년간 80억 달러(약 11조원) 이상을 투입해 도쿄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기로 한 오라클 등이 있다.
일본 기업들도 AI에서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미국 의료 AI 스타트업인 템퍼스AI와 내달 합작회사를 설립해 AI로 유전자 정보 등을 분석해 치료법 선택지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이날 보도했다.
닛케이는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AI 혁명에 대응할 사업 준비를 구상 중이며 최대 10조엔(약 88조원)의 투자가 전망된다고 지난달 보도하기도 했다.
오는 9월 오사카부 사카이시의 LCD TV 패널 생산 공장 문을 닫기로 한 전자업체 샤프도 공장 부지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사업을 준비 중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다. 2020년 설립된 일본의 신생 기업 만트라는 만화의 말풍선 속 대사 번역에 특화한 AI 서비스를 개발, 만화 잡지로 유명한 출판사 슈에이샤와 쇼가쿠칸 등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 서비스는 만화 번역 시간을 단축해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일본 만화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한다.
최근 IT 시장 분석 및 컨설팅 서비스사인 IDC가 인텔 후원을 얻어 아태 지역 8개국의 AI 성숙도를 조사한 ‘2024년 IDC 아시아/태평양 지역 AI 성숙도 리서치’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과 같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IDC가 AI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업·정부·사회경제적 준비 상태의 세 가지 측면에서 AI 성숙도를 4단계로 평가 분류한 결과를 보면 일본과 한국, 호주는 3단계에 속했다.
8개국 중 싱가포르만 이보다 높은 4단계 성숙도로 평가됐고 인도와 대만은 2단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1단계로 각각 분류됐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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