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제인 기자] 미국 대법원이 27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주요 집행 절차 중 하나인 ‘내부 판사(in-house judges)’ 활용이 헌법상의 배심원 재판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코인데스크는 이날 대법원에서 찬성 6, 반대 3으로 결정된 이번 판결은 SEC의 내부 판사 활용을 금지한다고 보도했다.
#SEC의 내부 처리 권한, 도드-프랭크법 통해 부여
SEC는 과거 민사 증권 사기 혐의와 재정적 처벌을 다루기 위해 연방법원 대신 행정법 판사가 주재하는 내부 절차를 사용해왔다. SEC의 내부 처리 권한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응하여 2010년 통과된 도드-프랭크법에 의해 부여되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SEC는 증권법 집행과 재정적 처벌을 위해 다시 연방법원에 의존해야 한다. 이번 결정은 SEC의 집행 능력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내부 절차를 통해 집행을 처리해온 다른 연방 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사한 도전에 직면한 국가노동관계위원회(NLRB)가 이에 해당한다.
국제 로펌 메이어 브라운의 파트너 앤드류 핀커스는 이메일 성명에서 “오늘의 결정은 연방 기관들이 사건을 법원에서 심리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에 중요한 제한을 부과한다”며 “이번 사건은 SEC와 관련이 있지만, 다른 많은 연방 기관들도 사기나 다른 일반법 청구와 유사한 법적 기준에 근거해 집행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커스는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이제 모든 그러한 조치들이 독립적인 연방 판사와 배심원 앞에서 심리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수십 년 동안 많은 기관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홈 코트 어드밴티지’를 없애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의 다수 의견과 동의 의견
대법원장 존 로버츠는 다수 의견을 발표하면서 “사기 소송에 직면한 피고인은 중립적인 재판관 앞에서 배심원들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고 썼다. 로버츠는 “반대의 경우 이 권리를 인정하는 대신, 의회가 검사, 판사, 배심원의 역할을 행정부에 집중시키도록 허용할 것이다. 이는 헌법이 요구하는 권력 분립의 정반대”라고 덧붙였다.
판사 닐 고서치는 동의 의견에서 “배심원 없이, 독립적인 판사 없이, 우리 법원에 낯선 절차로 시민을 처벌하는 SEC의 권한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서치는 “오늘 이 모든 것을 재확인하면서 법원은 SEC에게 충분한 권한과 대응 수단을 남겨둔다”고 썼다.
SEC는 2018년 미시간 소재 ‘ICO 슈퍼스토어’ TokenLot LLC와 두 소유주를 상대로 한 사건, 2014년 암호화폐로 표시된 가상 주식 거래소를 만든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상대로 한 사건 등에서 행정 절차를 통해 암호화폐 사건을 해결한 바 있다.
#반대 의견: 권력 장악 및 권력 분립 관련 우려
반대 의견을 쓴 소냐 소토마요르 판사는 이번 판결을 “권력 장악”이자 “당황케 만드는 추세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권력 분립과 관련해 이 법원은 미국 대중과 그 협력 기관들에게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2013년 SEC가 헤지펀드 매니저 조지 자크시 주니어와 그의 회사 Patriot28 LLC가 두 개의 헤지펀드 자산을 잘못 보고하여 연방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자크시는 연방법원 대신 행정법 판사 앞에서 재판을 받았으며, 자크시는 항소했고 2022년 뉴올리언스 소재 항소 법원은 SEC의 절차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SEC는 이에 항소했으며, 대법원은 지난해 11월에 이 사건의 변론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