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가영 기자]
“저는 대형 거래소는 이용하지 않습니다. 신규 거래소를 이용해야 큰돈을 벌 수 있거든요”
최근 먹튀 논란에 휩싸인 거래소의 VIP라고 소개한 한 투자자가 말했다. 상습적인 출금 지연과 먹튀, 사기 위험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왜 신규거래소를 이용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는 여러 신규거래소를 여러 개 가입해 배당코인을 사서 수억 원을 벌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대형거래소는 암호화폐 가격 변동이 안정적인 편이기 때문에 큰 돈을 벌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 배당코인이 뭔가요?
배당코인은 거래소 이용자가 거래소 수익의 일부를 배당받을 수 있게 만들어진 코인을 말한다. 이용자가 가진 코인 개수만큼 거래소 수수료를 포함한 수익을 배당받는다. 일반 회사의 주식과 비슷하다. 거래소 이용자가 늘어 거래소 코인의 가격이 상승하면 보유하고 있다가 판매해 수익을 낼 수도 있다.
배당코인은 대부분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체 개발한 채굴형 코인이다. 거래가 채굴인 셈이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거래량이 늘어 거래소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이득이다. 거래소 오픈 이전에 배당코인을 사전판매해서 거래소의 이름을 알리고 이용자를 모으기도 한다.
거래소 배당코인은 대표적으로 Fcoin의 FT, 코인제스트의 코즈, 캐셔레스트의 캡, 넥시빗의 넥시 등이 있다.
◆ 신규거래소 이용이 불안한 이유
앞서 투자자가 한 말처럼 신규거래소의 배당코인을 이용하면 큰 수익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험요소가 많다. 출입금 지연, 먹튀 위험성, 자전거래나 가짜거래 의혹, 거래소의 코인 가격 조작 의혹 등 때문이다. 거래소 오픈 이전 사전채굴에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암호화폐 거래소 퓨어빗 거래소는 지난 11월 사전가입 이벤트를 열어 투자자 참여를 유도한 뒤 수 억 원을 모집하고 사이트를 폐쇄해 먹튀를 했다. 제트비트 거래소 또한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올스타빗 거래소는 출금이 최대 40일 이상 지연되면서 코인 가격 하락으로 투자금 손실까지 일어나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배당코인으로 모든 투자자가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후기가 대다수다. 한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신규 거래소 오픈 이전에 사전채굴을 한 사람은 이득을 볼 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면 손해를 볼 확률이 더 높다”라며 “거래소 입장에서는 없는 화폐를 뚝딱 만들어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에 손해를 볼 일이 없다”고 말했다.
◆ 기존 투자자들 간의 투기에 악용되는 배당코인
암호화폐 가격 하락과 신규 투자자 유입이 감소한 요즘은 암호화폐 시장 침체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신규거래소는 해당하지 않는 얘기다. 자체 배당코인은 사장의 영향을 덜 받는다. 투기세력이 몰리기 때문이다. 전체 암호화폐 투자자 파이는 그대로지만 그 안에서 투기세력이 신규거래소에 모여 거래를 한다.
가입자도 겹친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신규거래소도 5만~10만 명은 꾸준히 이용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가입자가 겹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 신규거래소 이용자는 “나를 포함한 주변 투자자들이 여러 개의 신규거래소에 가입해 배당코인을 샀다”며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배당코인으로 수익을 낼 생각을 하지, 처음 코인을 거래해보는 사람은 신규거래소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작년 말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했을 때보다 오히려 시장이 불건전해졌다고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작년에는 프로젝트의 비전이나 기술을 보고 투자하는 투자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신규거래소 배당코인의 펌핑을 노리는 등 투기성이 심각해졌다”라고 토로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도박장’취급을 받으며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하자 정말로 도박장이 되어버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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