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전세사기 여파로 비(非)아파트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전셋값이 58주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전세 공급 물량을 결정하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하면서 전셋값을 추가로 밀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지난 2020년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의 4년 만기가 내달부터 도래해 전셋값 상승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지난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9% 올라 전주(0.17%)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강북 지역의 상승률이 0.23%로, 강남의 0.16%보다 상승폭이 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지역 내 선호단지 중심으로 입주 가능한 매물의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임대인의 희망가격 수준에서 상승거래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기수요가 인근 단지로 이전되는 등 서울 전체적으로 상승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전셋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가격은 6억477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6억원대에서 2023년 5억원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6억원대로 올라선 것이다. 6억원대면 경기도 아파트 매매 평균 시세(5억4538만원) 보다 높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의 원인으로 수급 불균형이 꼽힌다.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아파트 선호 현상과 신규 물량 감소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 3만2759가구를 기록한 뒤 올해는 2만3830가구로 줄어든다. 그나마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1개 단지의 입주물량(1만2032가구)을 제외하면 신축 아파트 물량이 반으로 줄어든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다. 내달 ‘임대차 2법’ 시행 4주년을 앞두고 고공행진 중인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년 전 한 차례 갱신할 당시 임대료 상승이 연 5% 이내에 그쳐, 신규 계약 시 그간 올리지 못했던 4년 치 임대료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7월이면 2년 전 갱신권을 사용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4781건의 만기가 돌아온다. 올해 말까지 넓히면 만기가 돌아오는 전월세 계약이 약 2만2000건 가량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전세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만성적인 주택 수급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전세 시장에서 아파트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벌써 1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보증금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으로, 임대차 2법 시행 4년 차가 됐다고 전셋값을 대폭 올리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만성적인 수급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 시장의 불안이 수도권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임차인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료를 올리지 않은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기존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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