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코인 시장 묵은 악재인 마운트곡스 상환이 이달 시작된다. 국내에서는 최근 퍼진 ‘대량 상폐설’의 근원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이 오는 19일 시행된다. 이를 두고 코인러들 사이에서는 ‘잔인한 7월’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장주 비트코인이 전날 하반기 시작과 함께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달 30일 8500만원대까지 빠졌다가 하루 만에 3% 급등하며 8800만원을 회복한 것이다.
이번 반등세는 새 분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주봉, 월봉, 분기봉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비트코인이 흥미로운 반등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7월 시작부터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인러들은 도래할 악재 등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예정된 악재들이 하반기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번지고 있다.
마운트곡스 채권 상환과 독일 정부의 매각이 대표적이다. 두 이벤트에서 쏟아질 잠재적 비트코인 매도 물량만 최소 12조5000억원어치(14만5641개)다. 독일 정부가 추가로 매각에 나선다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우선 마운트곡스는 이달 초부터 채권자들을 상대로 비트코인 14만2000개(약 12조2000억원)를 상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28일 해당 물량을 외부 지갑 주소로 이체했다. 이는 비트코인 보유량 기준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독일 정부 소유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지갑(bc1qq~)에서도 비트코인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아캄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독일 정부 추정 지갑에서는 비트코인 3641개가 코인베이스와 크라켄, 비트스탬프 등 글로벌 대형 거래소로 전송됐다. 당시 시세 5만7500유로(8544만원)에 매도했다면 원화로 약 3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전날에도 매도 움직임이 확인됐다. 아캄 데이터에 따르면 독일 정부 추정 지갑에서 전날 코인베이스(100개)와 크라켄(100개), 비트스탬프(200개) 등으로 비트코인이 각각 이체됐다. 통상 가상자산을 거래소로 전송하는 것은 잠재적 매도 신호로 간주한다.
전문가들 역시 7월에 쏟아질 물량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트코인이 이에 따른 압력으로 7600만원대까지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데겐 키드 가상자산 애널리스트는 전날 X를 통해 “마운트곡스 상환으로 매도 압력이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비트코인이 5만5000달러(7609만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싱가포르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루의 최고전략책임자 로버트 쿼틀리 자네이루는 “독일 정부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목격하고 상당량을 방출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먹구름 낀 김치코인…19일 이후 대거 상폐?
김치코인 상황도 밝지 않다. 오는 19일 가상자산법 시행을 앞두면서다. 시행 이후 국내 거래 코인 600여 개는 상장 유지 심사를 받게 된다.
해당 심사에 따라 김치코인을 비롯한 국내 인기 알트코인들이 대거 약세를 보일 것이란 불안감은 여전하다. 금융당국과 닥사(DAXA)가 심사를 위해 공동으로 마련한 기준이(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안) 전보다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김치코인이 상장 폐지(상폐)될 수 있다는 우려 자체가 매도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앞서 모범사례안을 근거로 한 ‘가짜 살생부’가 퍼지기도 했다. 지난달 심사 소식이 처음 알려지면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상폐 예상 목록이 등장한 것이다. 당시 목록에 올랐던 김치코인 20여 개는 모두 20%씩 폭락했다.
이른바 코인판 블랙리스트로 알려진 모범사례안에 따르면 테라와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나 위믹스처럼 유통량을 모호하게 산정한 김치코인들은 전부 상폐될 예정이다. 해킹에 취약한 김치코인 역시 상장 유지가 어려워진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이같은 패닉셀(공포감에 따른 투매)을 잠재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무더기 상폐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일부 커뮤니티에 퍼진 대량 상폐설 때문에 7월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김치코인과 국내 인기 알트코인의 약세가 점쳐지고 있다”며 “상폐설은 근거가 전혀 없는 루머일 뿐 현실화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7월에 강하다”…하반기 호재도 대기 중
7월 비관론에 맞서는 낙관론도 적지 않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상승장 토대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비트코인이 역사적으로 7월에 강했던 점도 뒷받침한다.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는 알트코인이 최초로 제도권 자산에 편입된다는 점에서 하반기 최대 호재로 꼽힌다. 특히 현물 ETF는 가격 폭발을 촉발하는 대형 이벤트이기도 하다. 실제로 첫 번째 주자 비트코인은 현물 ETF 출시 이후 ‘꿈’의 가격대인 1억원을 돌파했다.
친(親)가상자산 행보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도 기대되는 호재다. 트럼프 당선에 따라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가상자산 업계가 더욱 활기를 띨 것이란 예상에서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미국 대선 후보 첫 TV 토론회 이후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오르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동반 상승한 바 있다.
비트코인이 역사적으로 7월에 강세를 띤 점도 주목된다. 싱가포르 소재 가상자산 거래 업체 QCP캐피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6월 평균 -9.85% 하락했지만, 7월에는 평균 9.6% 상승했다.
알리 마르티네즈 가상자산 시장 분석가는 전날 코인텔레그래프를 통해 “비트코인이 지난 몇 년간 6월에 하락세로 끝나 7월에는 급격한 반등을 보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
[뉴욕 코인시황/마감] 비트코인 $63K 재탈환하며 분위기 견인 … 트럼프 사법 리스크 해소가 촉매제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