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조아라 기자] “한국은 사기꾼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죠”
최근 기자가 만난 해외 블록체인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국이 기술은 실종되고 대박만 쫓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는 뼈 아픈 지적이다.
거래량 하나만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시장을 들었다 놨다 했던 한국 크립토 시장의 위상은 시장이 폭락하고 거품이 사라지면서 그 실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중국은 ‘기술’ 미국은 ‘규제’ 한국은 ‘거품’”이란 한마디로 작금의 현실을 일거에 정리했다.
암호화폐 위기론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것은 옥석이 가려지는 시점에 다다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때 블록체인 강국으로 거론됐던 한국의 위상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나온다. 동시에 마지막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희망론도 등장한다.
한국 크립토 시장, 단타족으로 우뚝서다.
해외 관계자들은 한국시장의 매력이 ‘거래량’에 있다고 꼽았다. 한국은 한 때 전세계 거래량의 25%를 차지했다. 국내외 가격 차를 뜻하는 김치프리미엄은 연초 40%까지 치솟아 시장 왜곡 우려를 낳았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은 한국 거래량을 집계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이 배경에는 초단위로 거래하는 스켈핑과 하루 안에 트레이딩을 끝내는 단타족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국내 한 유투버는 무려 1분에 19건의 트레이딩으로 스켈핑 신공이라 불리기도 했다.
국내 한 경제 전문가는 “해외의 경우 하나의 주식을 평균적으로 7년 보유한다”며 “한국의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단타족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거래량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단타족들을 움직이게 하는 촉발제는 커뮤니티 기반의 선동과 다단계다. 선동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의 커뮤니티에서 해당 코인이 곧 상승할 것이라고 소문을 내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홍보로 소액투자자들을 모으는 다단계 형식의 ‘코인 공구방’도 비슷한 원리다. 선동으로 단타족들의 거래량이 몰리면 수배에서 수십배의 펌핑이 가능한 구조다.
국내 선동 채팅방은 주로 ‘시그널’ ‘리딩방’으로 불린다. 아예 선동 가능하다는 소개 문구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프로젝트나 거래소 인원이 많아야 1000명 내외인 반면 선동방은 1만명이 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웬만한 선동방에 모두 가입돼 있다는 한 투자자는 “선동방 시그널은 적중률이 높다. 단타족을 움직이는 신호와도 같다”고 말했다.
업체에 의해 조직적이고 교묘하게 선동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언론, 암호화폐 커뮤니티, 파워 블로거와 유튜버 등 모든 라인이 총 동원된다. 다른 시기에 다른 내용으로 기사가 나간 후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이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통해 전해지고 유튜버가 가격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현혹된 개미투자자들로 하여금 돈을 꺼내게 하는 이른바 ‘선동 공식’을 통하면 거래량과 펌핑가가 보장된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전형적인 사기”라며 “ICO 등을 통해 모은 자금 중 일부를 마케팅과 홍보에 퍼부으면 가격은 어느정도 보장된다”고 말했다.
부족한 커뮤니티 채팅방 인원은 돈으로 채울 수 있다. 보통 1인당 2만원이 책정된다. 1000명 인원을 보장한 커뮤니티는 2천만원이다. 최근처럼 인원 보장이 어려울 경우 유령 계정을 집어넣기도 한다.
사라진 기술, “얼마 오를까”만 남았다.
모든 일련의 과정은 ‘어떤 기술을 가진 프로젝트냐’보다 ‘얼마나 오르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의 투심을 부추긴다. 이 지점에서 기술이 부족한 프로젝트와 가격만 보는 투자자들의 욕구가 맞아떨어진다. 최종 목표는 가두리 전문 암호화폐 거래소의 펌핑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한국에 진출하는 블록체인 업체 대부분은 커뮤니티 인원을 얼마나 모을 수 있느냐에 방점을 두고 마케팅을 진행한다는 전언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기술을 가진 프로젝트에겐 커다란 장벽이다. 가격 펌핑을 보장하지 않고 커뮤니티의 신뢰를 얻을 없는 한국 특유의 시장 분위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가두리 펌핑’을 목적으로 하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 요구가 몰린다. 한 블록체인 전문가는 “일부 프로젝트의 선동과 거래량 확보, 커뮤니티 인원 모집의 목적은 가두리 거래소에 수십배 가격으로 상장되는 것”이라며 “블록체인 생태계를 해치는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OST 프로젝트 프레야 한국 관계자는 유럽에서 한국은 커뮤니티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그는 “채팅방 등 인프라가 잘 마련돼 있다 의미”라면서도 “한국에서는 소문만으로 코인을 펌핑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유럽 프로젝트의 경우기술 대화방이 따로 있으며 활발한 토론이 오간다.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한 해외 블록체인 전문가는 “기술력을 가진 업체보다 일시적인 가격 펌핑을 노리는 블록체인 업체가 진출하기 좋은 무대”라고 한국 시장을 평가했다. 국내 블록체인 전문 변호사는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것은 한국에서 기술력을 증명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한국인 투자자는 글로벌 호구가 된 지 오래”라며 일침을 날렸다.
한편 국내 프로젝트 대표는 “한국 투자자는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로드맵에 따라 기술을 발전시키고 싶어도 오로지 언제 어디에 상장하며 언제 오르는지만 물어본다. 오로지 가격”이라고 토로했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 press@blockmedia.co.kr
▶블록미디어 텔레그램: http://bitly.kr/0jeN
▶블록미디어 인스타그램: http://bitly.kr/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