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리 하락·유가 상승…달러 약세에도 비트코인 6만달러 하회
FOMC의사록 “좀 더 지켜봐야”…”시장, 바이든 사퇴·트럼프 승리 가능성에 촉각”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미국에서 고용지표 둔화로 9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주가가 또 최고치를 기록하고 채권값도 상승했다.
금융시장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사퇴 여부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주가·채권값 상승…달러·비트코인 하락
3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S&P500지수는 전날보다 28.01(0.51%) 오른 5,537.02, 나스닥지수는 159.54포인트(0.88%) 뛴 18,188.30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33차례 신고점을 높였다.
엔비디아 등 반도체 관련주와 테슬라가 크게 오르며 지수를 견인했다.
다만 대형주 위주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3.85포인트(0.06%) 내린 39,308.00에 마감했다.
미 채권시장에선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7.3bp(1bp=0.01%포인트) 내린 연 4.364%를 나타냈다.
국채 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을 뜻한다.
국채 금리는 지난주 대선 토론 후 급등해서 연 4.45%를 넘었다가 다소 안정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이 부각하자 투자자들이 재정 적자 확대, 물가 상승, 금리 상승을 예상하며 투매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한 때 105.046까지 내려가며 3주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0.4% 내렸는데, 이는 지난달 12일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간 기준 이날 오후 6시 50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2.65% 내린 6만297달러에 거래됐다.
가격은 이날 한때 4% 가까이 떨어지며 5만9천30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10년 전 파산한 가상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Mt. Gox)가 보유하던 비트코인이 대거 시장에 풀린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는 미 원유 재고 급감 소식에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07달러(1.29%) 오른 배럴당 83.88달러를 나타냈다.
이날 뉴욕 금융시장은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조기 폐장했다.
◇ 고용 지표 둔화에 9월 금리인하 기대↑
미 고용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들이 나오면서 금융시장에선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다.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6월 미국 민간기업 고용이 전월 대비 15만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6월 증가 폭은 지난 1월(11만1천명)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작았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6만명)도 밑돌았다.
ADP 민간 기업 고용지표는 미 정부가 집계한 공식 고용지표와는 다르지만 비슷하게 움직인다. 미 노동부의 공식 6월 고용보고서는 5일 발표된다.
실업수당 청구는 9주 연속으로 증가했으며, 2년 7개월 만에 최다였다.
미 노동부는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월 16∼22일 주간 185만8천건으로 직전 주보다 2만6천건 늘었다고 밝혔다.
계속 실업수당 청구의 증가는 실업 후 새 일자리를 바로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로, 노동시장 과열이 해소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서비스업 경기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위축됐다.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6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8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달보다 5.0 포인트나 하락한 수치이고 시장 예상치(52.6)보다 낮다.
이날 장 마감 후 공개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준금리를 인하하려면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의사록은 “참석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우호적인 경제 지표가 추가로 나와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수석 북미 이코노미스트는 의사록은 좀 오래된 느낌이며, 이후 경기둔화 징후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위원들의 분위기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9월 금리인하 확률은 72.6%로 70%가 넘었다.
◇초대형주 중심 상승세 불안…트럼프 재집권 가능성 경계
몇몇 초대형 기술주가 주가지수를 사상 최고로 끌어올리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일부에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투자자문사를 운영하는 리처드 번스타인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연준 금리 인상 후에도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둔 투자보다 가상화폐, 밈 주식 등 투기적 성향 거래가 많은 것은 시장에 과잉 유동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번스타인은 “이런 여건에선 2000년대 기술주 거품 붕괴 후처럼 ‘잃어버린 10년’이 되풀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 조지메이슨대 데렉 호스트메이어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S&P500 지수가 과거에 비해서 기술·금융주 비중이 커져서 금리에 더 민감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S&P 500 지수 상위 7개 중 6개가 기술주일 정도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주요 투자은행들이 전망치를 계속 높이고 있으며, 대표적 비관론자는 결국 밀려났다.
JP모건의 글로벌 리서치 부문을 책임지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시장 수석 전략가 겸 글로벌 리서치 공동 수석이 회사를 떠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콜라노비치는 올해 말 S&P 500 지수 전망치를 4,200으로 제시한 뒤 계속 유지하고 있다.
반면 최근 씨티그룹은 6,000, 골드만삭스는 5,600, UBS는 5,600으로 각각 올렸다.
블룸버그통신의 에드워드 해리슨 선임 에디터는 테슬라가 판매가 감소하는 데도 주가가 오르고, 월가에 낙관론자만 남게 된 점은 현재 주식시장이 취약한 상태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 압박을 받는 가운데 정치 뉴스를 주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익명의 한 펀드 매니저는 “휴일(독립기념일)과 주말에 달러와 단기 부채 위주로 들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사퇴 발표시 위험에 대비한 것이다.
해리슨 에디터는 미 대선과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주 대선 토론 후 투자자들이 국채를 내다 팔아서 금리가 크게 뛴 일을 언급하며 “세계 최강국의 국내외 정책이 뒤바뀔 것이라는 두려움이 도처에 깔려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가능성이 커지면서 만기가 짧은 국채에 비해 장기 국채 금리가 더 많이 상승한 것이 ‘트럼프 프리미엄’이라고 불린다고 그는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공약대로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면 인플레이션이 심화해서 연준이 금리를 약 5회(130bp) 올려야 할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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