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지난해 암호화폐 가격 폭락으로 많은 투자자와 관련 기업들이 고통을 받은 것과 달리 암호화폐 대출업체들은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2일(현지시간) 2018년 암호화폐 가격이 큰 폭 하락한 가운데 자신들이 보유한 암호화폐의 헐값 처분을 원치 않는 투자자와, 공매도를 겨냥한 큰 손 투자자들의 암호화폐 대출 수요가 모두 강력했다고 보도했다.
크립토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는 블록파이(BlockFi)는 작년 6월 마이클 노보그라츠의 갤럭시 디지털 벤처스가 5250만달러를 투자한 이후 매출과 고객 기반이 10배나 확장됐다고 밝혔다.
온라인 암호화폐 대출 시장 ETHLend를 소유하고 있는 Aave는 이미 수익을 낼 단계에 거의 도달했다. Aave는 얼마 전 런던에 사무실을 열었으며 미국 진출을 계획중이다. 또 현재 직원수가 80명인 솔트 렌딩은 매출 증가에 맞춰 매월 직원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암호화폐 산업에 관계된 대부분의 대출업체들은 2017년 사무실을 냈다. 이들은 처음에는 비트코인 등 크립토 자산 가격이 더 많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 속에 자신들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매각하지 않고 현금을 빌리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다. 그러나 2018년 암호화폐 가격 폭락은 이들 대출업체들이 계속 번성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암호화폐 대출업체 제네시스 캐피탈의 마이클 모로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약세장은 분명 도움이 됐다. 최소한 성장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작년 3월 미국 달러를 예치하는 기관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한 제네시스의 대출 실적은 이미 7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앞으로 1년간 직원을 최고 12명으로 두배 이상 늘릴 계획이며 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의 사업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모로 CEO는 “우리는 첫날부터 수익을 냈다”면서 “우리는 시장 수요가 있으며 이 분야의 사업에 더 투자할 때가 됐다는 점을 분명히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는 100만달러 가치의 암호화폐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약 120만달러의 명목화폐 예치를 요구한다. 또 비트코인 대출의 경우 연 10 ~ 12%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암호화폐를 담보로 잡고 현금을 대출해주는 업체들은 암호화폐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피하기 위해 대개 훨씬 더 강력한 완충장치를 추구한다. 뉴욕 소재 블록파이의 CEO 잭 프린스는 5000달러의 명목화폐 대출을 원하는 고객에게 통상 1만달러 상당의 암호화폐 담보 제출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