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0 칩, 美규제에도 ‘효자’ 역할…소액 주식투자 ‘정점’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미국의 규제에도 올해 중국에서 120억 달러(16조5천억 원) 상당의 인공지능(AI) 칩을 판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컨설팅 회사인 세미어낼리시스(SemiAnalysis)의 추산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미국의 규제를 벗어나도록 설계된 새 칩 ‘H20’을 중국 고객들에게 앞으로 몇 달 동안 100만 개 이상 공급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H20 칩의 개당 가격은 1만2천 달러(1천650만 원)에서 1만3천 달러(1천790만 원) 사이로, 엔비디아로서는 12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매출 규모는 올해 1월에 끝난 회계연도에 PC 게임용 그래픽 칩을 포함해 중국 사업 전체에서 나온 103억 달러(14조2천억 원)보다 더 많다.
또 판매 개수는 화웨이가 중국에서 생산한 경쟁 제품인 어센드(Ascend) 910B의 판매 추정치에 비교해 거의 배에 달한다.
엔비디아는 현재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한복판에 있다.
미국 행정부는 중국이 군사적 용도의 더욱 강력한 AI 시스템을 갖출 가능성을 우려하며 엔비디아의 반도체 수출을 차단하고 있다.
덩달아 엔비디아는 중국 고객사들이 화웨이와 같은 현지 업체를 찾아 나서면서 사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 바 있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은 지난 5월 실적 발표 당시 “중국 사업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부진하다”며 “지금은 기술에 대한 제한으로 인해 중국에서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만큼, 중국 고객들을 위해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가 2021년 수출 통제를 부과하기 전에 중국에서 전체 매출의 약 4분의 1 이상을 올렸다.
그러나 H20 칩이 전문가들 예상처럼 잘 팔린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올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수준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와 세미어낼리시스 애널리스트들은 올봄 H20 출시를 앞두고는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칩과 비교했을 때 성능이 저하되었음에도 중국 고객에게 인기가 있어 많은 주문량을 받아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엔비디아에 대한 소액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반다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열풍이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 많은 사람에게 엔비디아가 여전히 최고의 투자 대상이지만, 소액 투자는 정점에 이르렀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반다 리서치는 내부자들의 매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을 뛰어넘은 시가총액으로 인해 주가가 버블 영역에 있음을 시사하면서 꾸준히 이어진 소액 투자가 감소세로 꺾였다고 전했다.
또 엔비디아로 유입이 다음 달 23일 실적 발표 이전에 다시 늘 수도 있지만, 대체로 소액 매수세의 정점이 지나면서 투자자들은 이제 AI 관련 대체 종목, 즉 AMD나 슈퍼마이크로컴퓨터, TSMC 쪽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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