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가영 기자]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자체 코인을 다른 거래소 코인과 서로 상장시키는 ‘교차상장’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코인 활용처가 늘어나 투자자들에게 이득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상장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상장시키는 경우가 많아 거래소가 시장에 직접 개입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 유행처럼 번지는 거래소 코인 교차상장, 왜?
거래소간의 교차상장은 최근 몇 달 동안 업계 트렌드로 부상했다. 지난해 말 암호화폐 거래소 캐셔레스트는 엘뱅크, 올비트와 자체코인을 교차상장 한다고 밝혔다. 코인제스트 또한 넥시빗과 교차상장하고 아이닥스, 코인베네에 상장했다. 후오비와 비박스 등이 교차상장을 진행했으며, 바이낸스도 넥시빗에 코인을 상장했다.
이처럼 거래소 자체 코인을 교차상장하는 것이 유행처럼 늘어난 이유에 대해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신생거래소의 생존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대형 거래소들이 시장을 점유한 상태에서 신생 거래소는 자체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이용자를 모았다”며 “그러나 거래소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거래소 코인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교차상장을 통해 투자자를 늘리고 원화마켓을 뚫는 등 거래소의 활력을 되찾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화 입출금이 불가능한 넥시빗은 코인제스트와의 교차상장을 통해 원화 입출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교차상장을 진행하는 거래소들은 교차 에어드랍, 유망코인 공동 발굴 및 암호화폐를 교환하는 토큰스왑(Token swap), 유망 암호화폐 공동상장, 공동 마케팅까지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기도 한다. 신생거래소들이 손을 잡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나선 셈이다.
◆ 가격 정해놓고 상장…거래소가 시장 개입해도 되나
문제는 코인을 교차상장하기 전에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공지를 내보낸 후 상장시킨다는 점이다. 한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일반 교차상장은 문제 삼을 것이 없지만 가격을 정해놓고 상장시킬 경우 거래소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적받을 소지가 있다”라며 “상장가격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했다.
코인제스트의 코즈코인 아이닥스에 상장한다고 공지사항을 올렸던 지난 12월 14일 기준으로 코즈코인의 코인제스트 기준 가격은 약 830원이었다. 그러나 공지사항에 올라온 상장가는 1200원이었다. 어떠한 기준에서 상장가가 결정된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네 곳은 코인을 상장할 경우 기준이 명확하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세를 종합하여 제공하는 코인마켓캡(CMC)이나 코인힐스 등 시세 제공 웹사이트를 참고한다는 것이다. 만약 최초 상장일 경우에는 ICO 당시의 모금액과 발행량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혹은 상장 후 일정 기간 매도주문만 보이게 설정한 후 매도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취재했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모두 “코인 상장가 결정에 거래소는 일체 개입하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 주식 상장보다 쉬운 암호화폐 상장, 그보다 더 쉬운 거래소 코인 교차상장?
주식 상장의 경우 암호화폐 상장보다 까다롭다. 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를 하기 위해서는 증권거래소에서 사전예비협의를 거치고 증권 주관사를 선정한 후 상장예비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때 90페이지에 달하는 ‘유가증권시장상장규정’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이것을 준비하는 데만 2~3년이 걸린다. 가격 결정은 증권사의 가치평가방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과거실적과 손익추정, 최소 5년 이상의 미래 현금흐름 및 적정 할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한다. 또한 평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증권신고서에 증권사의 사전실사 내용, 기업가치 분석, 공모가 결정 방법 등을 적고 금감원에 제출해야한다.
이처럼 철저히 진행되는 IPO조차 공모가가 고평가 된다는 논란이 꾸준히 일어나는 상황이다. 암호화폐의 거래소 상장이 쉽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있었다. 그러나 거래소 코인 교차상장은 일반 암호화폐 상장 심사보다도 더 쉽다. 거래소들이 손을 맞잡고 ‘협력관계’만 구축하면 된다. 이 점에서 전문가들은 가격 펌핑과 투자자 피해를 우려하는 것이다.
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거래소 코인이 교차상장 되어 가격이 펌핑 되면 초기 투자자 입장에서 당장은 좋을 수 있다”라면서도 “기술력과 활용도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끼리 교차상장한 상장가로 가격이 올라간 것이기 때문에, 빠르게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위험성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넥시빗에 상장된 코인제스트의 코즈 코인은 2000원에 상장됐지만 현재 433원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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