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우호 기자] 국내 5대 원화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를 대표하는 공동협의체 닥사(DAXA)가 ‘코인 상장과 상폐 기준’을 공개했다.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실행을 앞두고 ‘자율 규제’라는 틀을 맞추기 위한 행보다. 그러나 가상자산공개(ICO)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밑그림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공약한 가상자산 로드맵이 지켜지지 않은 가운데 금융당국이 자율 규제를 내세워 암호화폐 시장 발전을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모호한 자율규제
닥사는 지난 2일 금융당국과 함께 마련한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모범사례)’를 발표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공개된 심사 요건이 상세하지 않고, 모호하다고 평가한다.
닥사 관계자는 “금번 발표한 거래지원 모범사례의 경우 부적격 요건에만 공개하고 있다”며 “나머지 내용은 시장에서의 악용 소지로 인해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상장 및 상폐에 대해 ‘간접 개입’이라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가 자율적으로 코인 상장과 상폐를 관리하라는 것.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암호화폐 관련 대선 공약은 목표가 뚜렷했다.
# 대통령 공약 어디로 갔나?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는 ▲투자수익 비과세 한도 5000만원 ▲거래소공개(IEO) 도입 후 가상자산공개(ICO) 허용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대체불가토큰(NFT) 거래 활성화·디지털자산시장 육성 등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현재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1차 입법으로 대통령의 나머지 공약들은 2차 입법에서 반영되어야만 한다.
업계에선 거래소공개(IEO) 도입 후 가상자산공개(ICO) 허용까지 나가려면 주무부처인 금융위가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현 김주현 금융위원장 체제에서는 사실상 이렇다할 암호화폐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치권이 총선이나 대선에서 표심을 잡겠다고 여러 공약을 내세웠지만 업계에선 이미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면서 “김남국 의원 사태 때도 법안을 발의하는 주체인 국회가 코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다”고 했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 윤 정부 로드맵 손도 못댔다
대통령 공약 중 하나인 디지털 자산시장 육성을 위해서는 암호화폐 ETF를 기초자산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이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은 필수 조건이다. 당정협의를 통해 당국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 또한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정이 임기 초반부터 가상자산 공약과 관련해 속도감있게 치고 나가야하는데 한발 늦은 감이 있다”면서 “야당과의 이견도 크지 않은 사안이기에 일 처리에 있어 비판 받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투자자 보호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기업의 가상자산공개(ICO)를 허용해 세금을 거둬들였다. 미국은 FTX 사태 등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규제만 강화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시장 제도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김병환 금융위원장, 신중한 일성… “짚어야할 문제 많다”
김주현 금융위-이복현 금감원 체제에서 이루지 못한 한국형 디지털자산시장 진흥 로드맵이 김병환-이복현 체제에서는 궤도를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지명된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지명자는 “비트코인 ETF 허용은 짚어봐야 할 문제가 많이 있다”는 일성을 냈다. 대통령 공약사항 이행을 위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안정적 실행과 ICO 허용 등이 포함된 2차 입법을 책임 있게 추진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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