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탕에는 불평등 증가·구매력 감소·불안한 삶 등 자리해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부채에 신음하고 있는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지난주 세금 인상안에 반대하는 시위로 수십 명이 사망하고 시위대가 납치되는 일이 발생했다. 의회 일부는 불에 탔다.
유럽 프랑스에서는 수입은 줄지만 비용은 느는 데 분노한 농민들이 수개월간 도로 봉쇄에 나섰으며, 최근 치러진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는 민족주의적이고 이민 반대를 앞세운 극우 정당이 약진했다.
이처럼 높은 물가와 막대한 부채와 같은 심각한 경제적 불안으로 인해 가난한 나라든 부유한 나라든 정치적 혼란이 일어나고 심지어 폭력 사태마저 발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 보도했다.
이런 혼란의 밑바탕에 있는 원인이나 조건 등은 나라마다 크게 다르지만, 공통적인 줄거리는 명확하다는 것이 NYT의 지적이다.
불평등 증가 및 구매력 감소와 함께 차세대의 삶이 현세대보다 더 나쁠 것이라는 불안감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사정이나 전망은 암울하지만, 각국 정부의 대처 능력은 신뢰를 잃으면서 국민들은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좌파와 우파 양쪽에서 포퓰리즘이 활개를 치고 있다.
뉴욕대 경제학자인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경제적 불안과 정치적 불안이 서로를 부추기고 있다”라고 진단했다고 NYT는 전했다.
최근 몇 달 사이 경제적 불만으로 전 세계적으로 시위가 일어났고 때로는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했다.
폴란드와 벨기에처럼 경제가 안정적인 고소득 국가와 함께, 아르헨티나와 파키스탄, 튀니지, 앙골라, 스리랑카와 같이 통제 불능의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 포함된다.
심지어 경제 회복력이 입증된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직 복귀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경제적 불안에 일조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경제를 11월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일련의 사건이 지구촌 곳곳에서 심각한 경제 위기를 불렀고, 현재 널리 퍼진 시민 불안의 토대가 됐다고 말한다.
결국에는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국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아프리카에서는 인구의 절반이 건강이나 교육보다 이자 지급에 더 많은 돈을 쓰는 나라에 살고 있다.
370억 달러(51조 원)의 채무에 시달리는 스리랑카의 가정에서는 식사를 거르거나 학교 수업료나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다. 고물가와 세금 인상으로 지난해에는 1백만 명이 전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스리랑카인들은 거리로 나섰고,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사용했다.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인 인더밋 길은 부채 위기로 돈을 구할 수 없는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돈을 인쇄하거나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하나는 인플레이션으로, 다른 하나는 불안으로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가장 부유한 나라들조차 예외가 아니어서, 유럽 농민은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새로운 환경 규제 비용이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올해 그리스, 포르투갈, 벨기에, 독일에서 농민 시위가 일어났고, 이들의 분노는 극우 정치인들에게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NYT는 경제적 불안은 농촌과 도시 거주자, 비숙련 노동자와 대졸 노동자 등 각 부문에서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성장이 둔화해 해결책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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