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90원 선을 넘나들면서 달러 선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도 고공행진 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약(弱)달러에 베팅하고 있다.
6일 코스콤에 따르면 연초 이후 통화 관련 ETF 중 수익률 상위 1∼5위에 달러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이 이름을 올렸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지난 4일 기준 ‘KOSEF 미국 달러 선물 레버리지’로 18.24%였고, 이어 ‘KODEX 미국 달러 선물 레버리지'(18.18%), ‘TIGER 미국 달러 선물 레버리지'(18.11%)가 뒤따랐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 지수 수익률을 정방향으로 2배 추구하는 상품이고, 인버스 ETF는 역방향으로 추구하는 상품이다. 인버스 ETF 중 ‘2X’가 붙은 것은 기초 지수의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2배 추구한다는 의미다.
레버리지가 아닌 일반 달러 선물 ETF인 ‘KODEX 미국 달러 선물'(9.82%), ‘KOSEF 미국 달러 선물'(9.66%)도 10%에 육박하는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 달러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인 ‘KOSEF 미국 달러 선물 인버스 2X'(-14.69%), ‘KODEX 미국 달러 선물 인버스 2X'(-14.45%), ‘TIGER 미국 달러 선물 인버스 2X'(-14.17%), ‘KOSEF 미국 달러 선물 인버스'(-6.87%) 등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투자 자금은 반대로 움직였다.
같은 기간 자금이 가장 많이 순유입된 상품은 ‘KODEX 미국 달러 선물 인버스 2X’로 1천42억원이 몰렸다.
이어 ‘KODEX 미국 달러 선물 인버스'(124억원), ‘TIGER 미국 달러 선물 인버스 2X'(62억원), ‘KOSEF 미국 달러 선물 인버스 2X'(34억원) 등이 뒤따랐다.
반면 ‘KODEX 미국 달러 선물'(-90억원)과 ‘KODEX 미국 달러 선물 레버리지'(-7억원)에서는 오히려 자금이 순유출됐다.
특히 개인 투자자는 인버스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던 ETF는 ‘KODEX 미국 달러 선물 인버스 2X’로 718억원을 기록했다.
‘KODEX 미국 달러 선물 인버스’와 ‘TIGER 미국 달러 선물 인버스 2X’, ‘KOSEF 미국 달러 선물 인버스 2X’도 각각 80억원, 36억원, 11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KODEX 미국 달러 선물 레버리지’와 ‘KODEX 미국 달러 선물’은 각각 66억원, 63억원 순매도했다.
이는 올해 들어 환율이 우상향하고 있지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개인 투자자가 더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지난해 말 1,288.0원에서 지난 4일 1,380.4원으로 약 반년 만에 92.4원(7.2%)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달러 선물 인버스 ETF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는 손실을 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달러 강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가 약세 전환하기 위해서는 미국 통화 정책 전망에 대한 일관적인 방향성이 필요하다”며 “미국 경제 지표와 연준(연방준비제도·Fed)의 행보에서 금리 인하 환경이 갖춰지고 있음이 확인되지 않으면 7월 중순 CPI(소비자물가지수) 발표까지 달러 강세 국면은 유지될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그는 “원화의 경우 위안화와 엔화의 약세에 연동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달러 강세가 완만해지더라도 위안화 및 엔화의 약세가 지속된다면 달러 원 환율 역시 높은 수준의 레벨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9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전후로 달러가 힘겹게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2022년 이후 가장 중요한 요소인 주요 은행의 긴축이 정점을 지나고 있고, 연준과 ECB(유럽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를 통해서 시중 유동성도 확장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미 금리 하락 폭에 대한 기대가 크지는 않아 달러 약세와 기타 통화의 강세는 매우 더딘 속도를 보일 것”이고, “유동성 확장을 위해서는 금리 인하 외에도 경기 개선이 뒷받침돼야 하며 그 외 신용 위험, 지정학적 및 정치적 리스크, 미 대선 등 다양한 변수도 있어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현실화해도 달러 하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 지출을 지속하는 가운데 대선을 앞두고 지출 조정이 어려운 데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감세 확대를 고려 중”이라며 “유로화 하락 압력, 미국 인플레이션 및 국채 금리의 하방 경직, 대선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달러 하락 여력이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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