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토론 참사’ 이후 인지력 논란을 겪으며 당내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그 반사이익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채권·주식시장이 요동쳤다.
마켓워치는 7일(현지시각) ‘시장 투자자들이 바이든 후보의 대선 출마 불확실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어 “하원과 상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가운데 도전자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면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흔들렸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2024 미국 대선 후보 1차 TV 토론에서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 약점인 고령 논란을 불식시키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에서 횡설수설하고 종종 말을 잇지 못하는 등 모습을 보였다.
이후 필라델피아 기반 라디오 WURD와 인터뷰에선 자신이 “흑인 대통령과 함께 봉사한 최초의 흑인 여성이 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실언하며 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ealClearPolitics)에서 주요 여론조사 수치를 평균 낸 결과를 보면, 지지율에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토론 이전 1.5%p에서 토론 이후 3.3%p로 더 벌렸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며 정치 불안도 커졌고, 채권 가격은 낮아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재발하고, 대규모 감세에 따른 재정적자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다.
실제 토론 이후 공격적인 매도가 이뤄지며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금리)은 19.1bp(1bp=0.01%)가 오른 4.467%를, 30년 만기는 21.6bp(1bp=0.01%)가 급등한 4.632%를 기록했다.
수익률과 채권 가격은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 아울러 미국 10년 이상 만기 국채 수익률은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크면 낮아지고,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 높아진다.
또 TV토론 직후인 28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인플레이션 둔화를 나타내는 새로운 경제 데이터와 예상보다 나은 소비자 심리 지표가 나왔음에도 주요 지수가 하락 마감했다.
당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5.20포인트(0.12%) 하락한 3만9118.86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날 대비 22.39포인트(0.41%) 내린 5460.48로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26.08포인트(0.71%) 떨어진 1만7732.60에 폐장했다.
다만 주식시장은 정치에만 집착하지 않는 탓에,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 등이 최고가를 경신하는 모습도 보였다.
미국 정책 조사기관 ‘판게아 폴리시'(Pangaea Policy) 설립자 테리 헤인스는 투자자들이 변동성의 폭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의 불안정한 상황에는 시장이 상승할 여지가 없으며, 바이든의 고령 논란은 시장의 최우선 관심사가 될 것이기에 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날 투자자들은 대통령의 능력 저하와 그에 따른 즉각적인 미국 정치적 불안정성 및 지정학적 위험의 급증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금의 상황은 아무런 경고 없이 즉시 바뀌어 시장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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