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얼마전 네이버가 자랑하는 신사옥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로봇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독특한 공간입니다.
200여 대 로봇들을 제어하기 위해 첨단 클라우드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이 동원된 건물입니다.
네이버는 삼성전자와 함께 AI 칩도 만들고 있는데요. 이른바 소버린(Sovereign·주권) AI를 구현하기 위한 포석입니다. 오픈AI, 구글 등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소버린 AI는 단순히 챗GPT 같은 AI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AI를 구동하고,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를 건설하는 일입니다.
거대한 데이터 센터도 그 중 하나입니다. 지금 전 세계는 AI 전쟁을 수행 중인데요. 그 병참 기지가 바로 데이터 센터입니다. AI의 뇌에 해당하는 칩을 모아서 학습을 시키고, 추론을 하고, 생성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 센터가 필수입니다.
데이터 센터를 반도체 칩으로 가득 채운다고 끝이 아닙니다. 전력이 필요합니다. 네이버 관계자도 소버린 AI의 핵심 인프라 중 하나가 전력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우리나라에서만 2026년까지 데이터 센터 운용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데 원전이 30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 26개니까, 전력이 얼마나 모자랄 지 짐작이 갑니다.
원전이 안 되면 화력 발전소를 뚝딱 지으면 되지,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탄소배출 등등 논란이 있습니다. 아무튼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 이 전기를 보내는 송전망, 전기가 끊기지 않게 적절히 배분하는 배전망 등등 고민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곳이 있습니다. 어디?
비트코인 채굴기업들입니다. 트럼프가 지난 달 미국 채굴기업 대표들을 자신의 마라 라고 저택으로 불렀습니다.
트럼프는 그 자리에서 “지금부터 채굴되는 모든 비트코인이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가 되기를 원한다” 고 했답니다.
트럼프는 비트코인을 미국의 에너지 주권 차원에서도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미국에 코어사이언티픽이라는 채굴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가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코어사이언티픽은 코어위브에 최대 200메가와트 급 데이터 센터를 제공합니다. 코어위브는 GPU를 제공합니다.
채굴기업이 확보한 전력망을 데이터 센터 업체와 공유하면서 AI 훈련용 GPU 임대 사업을 하겠다는 겁니다.
미국의 대형 비트코인 채굴기업들은 장기 전력 공급 계약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텍사스주 록데일에 있는 채굴기업 라이엇은 텍사스 에너지 신뢰성 위원회(ERCOT)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평소에는 라이엇이 비트코인 채굴에 전기를 쓰고, 혹서기, 혹한기 등에는 전력을 민수용으로 전환하는 겁니다.
코어사이언티픽 등 대형 채굴 기업들은 이런 식으로 데이터 센터를 돌리기에 충분한 전력망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죠. 채굴기업들이 비트코인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채굴을 위한 인프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사실 비트코인 자체가 컴퓨팅 파워와 전력의 집적물입니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사용되는 컴퓨터의 연산 능력, 이 컴퓨터를 돌리는 전력, 그 합이 비트코인의 원가인 셈이니까요.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보고, 이를 미국을 위해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트코인 자체도 중요하지만, 비트코인을 만들어내는 컴퓨팅 파워, 전력까지 미국이 최고여야만 한다는 거죠.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비트코인은 전략자산입니다. 비트코인 생산 인프라가 곧 인공지능 생산 인프라와 같습니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