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인플레에만 집중할 수는 없어”
시장 “고용시장 및 리스크 균형 강조…금리 인하 티업”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미국은) 이제 더 이상 과열된 경제가 아니다. 우리는 양면의 리스크(risk, 위험)에 직면하고 있으며 더 이상 오직 인플레이션에만 집중할 수 없다. 일정 기간 통화정책과 관련해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9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한 말이다. 이 같은 발언에는 최근 2년간 오직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돌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23년간 최고치인 5.25~5.50%로 유지해 온 연준의 기조 변화 조짐이 담겼다.
이날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신호를 보내고 싶지 않다고 강조하며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시장은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을 연준이 금리 인하에 가까워진 것으로 받아들였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전을 이뤄가는 동안 고용시장이 강세를 유지한 만큼 어느 시점에는 금리를 내리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너무 늦게, 적게 내리면 불필요하게 경제와 고용시장을 약하게 할 것이며 반면 너무 일찍, 너무 많이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전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파월 의장이 인플레에 집중하던 최근 2년과 달리 고용시장 쪽으로 초점을 옮겨갔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2가지 책무를 담당한다. 지난주 공개된 6월 비농업 부문의 신규 고용은 20만6000건으로 5월보다 둔화했으며 실업률도 2021년 말 이후 최고치인 4.1%로 올랐다. 최신 인플레이션 지표인 5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6% 올라 3년간 가장 더딘 오름세를 보인 바 있다.
파월 의장은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하지만 상당히 둔화했다고 평가했으며, 강하면서도 과열 상태는 아니었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과 비슷해졌다고 판단했다. LH 마이어의 데릭 탕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관심은 전적으로 고용시장에 있었다”면서 “고용시장이 더 약해지면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이 추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행동을 촉발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9월 금리 인하 신호를 조심스럽게 보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미 금리 선물 시장은 오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 75%로 반영 중이며 이후 12월에도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 내티시스의 크리스토퍼 하지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그는 연준의 책무 내에서 리스크의 균형으로 방점을 옮겼다”면서 “연준은 고용시장 약세보다 앞설 필요가 있을 것이며 9월 금리 인하를 위한 토대가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오는 30~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내달 22~24일 와이오밍주 잭슨홀 회의를 연다. 시장에서는 오는 12일 공개되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26일 PCE 지표가 최근 추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 2개의 ‘빅 이벤트’에서 본격적으로 9월 금리 인하가 논의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본다. 아넥스 웰스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제이컵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는(파월은) 금리 인하를 위한 티업(tee up)을 시작했다”면서 “충분히 일찍 금리를 내리지 않는 것의 리스크를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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