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9일 / 오후 5시 / #명정선
[블록미디어 명정선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탄생과 발전은 2008년 금융위기와 많은 많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2008년 말 탄생한 비트코인과 그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미국 월스트리트에 만연한 파생상품과 이를 통한 투기와 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초기 약속했던 유토피아적인 이상과는 반대로 일부 악성 투자자 집단이 소수 이익을 위해 기술을 악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비트코인이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떠올랐던 이유는 “그 누구도 신뢰할 수 없다”는 가정에 기초합니다. 누구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사기(이중지불)를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거래를 ‘공공 장부’에 기록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자기 검열을 통해 거래를 투명화하고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이 개념 하나로 비트코인 시장은 폭발적인 속도로 성장했고 현재 3000개가 넘는 암호화폐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비트코인 이후 ICO 등장..자금조달 개념 바꿔
그리고 또 한번의 트렌드 ICO(암호화폐공개)를 통해 토큰 이코노미를 열었습니다. ICO는 벤처기업이 투자자와 개인으로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입니다. ICO를 통해 기업들은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 필요했던 외부 중개인(금융기관)과 연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즉,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해 자료를 제출하고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거래 역시 암호 지갑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이나 수수료 부담이 없습니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인 스타트업은 초기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개인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 투자자들은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ICO는 투자자와 기관, 스타트업으로 하여금 토큰(주식)의 소유권과 평가액 등의 기본 개념을 바꿀 수 있는 혁명처럼 보입니다.
사기방지가 아닌 사기투성이 ‘ICO’..크립토업계 ‘아이러니’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블록체인 거래를 분석하고 돈세탁 방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체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평균 10개 ICO당 1 건은 사기이며, 3만명의 투자자가 2억 2500만 달러 사이버 범죄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들 ICO 대부분은 폰지 사기를 닮았습니다. 과대 선전과 투기심리를 이용해 프로젝트 기업들은 가능한 한 많은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코인 가격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코인 가격이 올라가면 초기투자자는 코인 가격이 떨어지기 전 고점에서 현금화하거나 토큰을 다른 암호화폐로 바꿉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토큰은 결국 가치가 없는 디지털 코드로 전환됩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크립토 업계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주요 선수들 즉, 소수 크립토 네트워크와 블록체인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은 ICO의 가격 등락을 초 단위로도 예측할 수 있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류 즉, 큰 손들이 하는 행위는 사실상 내부자거래나 불법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규제가 없으니 잡을 방법도 통제할 권한도 많지 않습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규제리스크가 지속되면서 크립토 업계 선수들은 규제가 없는 동안이라도 돈을 바짝 벌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08년 당시 월가와 금융기관에 불신을 갖고 ICO로 전환한 사람들이 이제는 뒤로 숨어 돈만 벌고 있는 것입니다. ICO의 잠재력을 통해 시장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립 서비스 하면서 이익을 얻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입니다.
금융위기가 준 교훈 ‘당국이 나쁜게 아니라 규제가 필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시장이 얻은 교훈은 규제 당국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규제가 없으면 깡패와 같은 무리들이 이익을 위해 개인은 물론 시장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규제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정보의 공개와 지침을 지키면 투자는 성숙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