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비트코인과 뉴욕 증시가 11일(현지 시간) 예상을 밑도는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로 전환됐다.
6월 CPI는 전월비 0.1% 떨어졌고 전년 동기 대비 3.0% 상승에 그쳤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비 0.1%, 전년비 3.3% 상승했다. 전체 CPI와 근원 CPI 모두 시장 예상치를 하회, 연방준비제도(연준)의 9월 금리 인하 전망을 강화시켰다.
CME 페드워치 프로그램에 따르면 이날 오전 자금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지금과 같은 5.25% ~ 5.50%로 동결할 가능성을 불과 3.6% 가격에 반영했다. 이는 전일의 26.6%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반면 연준의 9월 기준금리가 5.0% ~ 5.25%로 25bp 하락할 가능성은 87.9%, 4.75% ~ 5.00%로 50bp 떨어질 가능성은 8.4%로 나타났다.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96%가 넘는다. 시장은 연준의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자금 유동성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주식과 암호화폐 같은 위험자산에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이날 낮 시장 상황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CPI 발표 직후 5만9000 달러를 넘어섰던 비트코인은 5만8000 달러 아래로 후퇴했다. 뉴욕 증시 나스닥지수는 1.75% 급락했다.
물론 국채와 외환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뉴욕 시간 오후 월스트리트저널 데이터 기준 달러 지수는 104.44로 0.57% 내렸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185%로 10.5bp, 연준의 금리 정책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수익률은 4.503%로 13.4bp 떨어졌다.
코인데스크는 이날 뉴욕 증시와 비트코인이 하방향으로 다시 동조화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암호화폐 황소(강세론자)들을 당황케 만들었다고 묘사했다. 최근 뉴욕 증시와 비트코인은 거의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더블록의 전일 보도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나스닥지수의 30일 상관관계는 마이너스 0.84, 비트코인과 S&P500의 상관관계는 마이너스 0.82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날 CPI 발표 후 증시 하락은 최근 랠리에 대한 이익실현 또는 일부에서 과열 지적을 받는 대형 기술주로부터의 자금 로테이션이 가능성 있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비트코인 하락에 대한 명확한 원인 분석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LMAX 그룹의 시장 전략가 조엘 크루거는 이날 시장 업데이트에서 증시가 보다 폭넓은 조정을 받을 경우 암호화폐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가 보는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가장 큰 위험은 매우 과매수된 미국 주식이 하락할 가능성”이라면서 “이런 상관관계는 절대적이지 않지만, 최소한 잠시 동안은 증시 급락이 암호화폐를 압박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 9월 금리 전망 차트 출처: CME FedW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