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깜빡이’를 키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인하 시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물가가 3개월째 2%대로 안착했고, 한국판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서는 3개월 후 인하 전망이 4회 연속 나온 상태다.
하지만 한은이 집값 반등에 대한 경계심을 높였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은 기존보다 밀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연기에 따른 집값과 가계부채 추이 등을 지켜보면서 한은이 미국의 9월 인하 이후인 4분기 중으로 금리를 낮출 것이란 의견이 높다.
12일 한은에 따르면 전날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로 묶었다. 금통위는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2월부터 12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1년 5개월로 역대 최장기간 동결이다.
◆ 물가만 보면 “금리 인하 환경 조성됐다”
통화정책방향문에는 “기준 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가 새롭게 추가됐다. 기존 1명이던 3개월 후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금통위원은 7월 회의에서는 2명으로 늘며 금리 인하가 머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 5월에는 인하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라 금리 인하 준비를 위해 차선을 바꿀지 고민하는 상태였지만, 이제 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을 전환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물가 안정만을 맡고 본다면 이제는 금리를 인하를 논의할 공기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총재의 언급대로 우리나라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3개월 연속 2%대에 머물며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인하 걸림돌은 집값과 가계부채
하지만 이 총재는 금리 인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집값 상승을 우려하며 시장 기대가 너무 앞선다는 점을 수차례 경고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한은의 8월 인하 전망설과 함께 국고채 금리는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다.
그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융 안정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러한 기대를 선반영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계부채와 집값 급등을 경계했다.
아울러 “5월보다 (가계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졌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있다”면서 “금리 인하의 시점에 대해서 잘못된 시그널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금통위원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이 16주 연속 오르며 5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5조3415억원 늘며 2021년 7월(6조2000억 원)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현재 정부의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연기 시행으로 부동산과 가계부채 급등 우려까지 커진 상태다. 여기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까지 더해지면 이는 그대로 집값과 가계부채를 천정부지로 밀어 올릴 수 있다.
◆꿈틀대는 집값에 멀어진 금리 인하…”4분기나 가능”
시장에서는 물가 안정에 따라 금리 인하 깜빡이가 켜졌다는 시각과 집값 급등에 한은이 금리 인하에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에 후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당초 기대됐던 인하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실망감으로 반영됐다.
전날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대비 4.6bp 상승한 3.209%, 5년물은 4.7bp 오른 3.178%에 거래되며 최근 하락세를 일부 되돌렸다. 3년물과 10년물은 각각 4.3bp, 3.6bp 상승한 3.163%, 3.234%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5.9원 내린 1378.8원에 장을 마쳤다.
7월 금통위 이후에는 금리 인하 전망시기를 늦춘 전문가도 나왔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당초 8월로 제시한 한은의 금리 인하 시기를 4분기로 미루며 ” 8월 또는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확인되고 그 차기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하 소수의견이 없었고, 수도권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환율 불확실성에 한은은 10월과 11월 연속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원 다수가 매파 스탠스를 유지하는 만큼 미국의 9월 인하 후 10월 인하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11일(현지시각)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오르며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시카고금융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공개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90%대로 올랐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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