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우호 기자] “우리가 걸음마를 떼는 동안 금융선진국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돼 흥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긴 논의에도 불구하고 현물ETF가 승인받지 못하면서 우리 자본시장의 후진성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블록미디어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주관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가상자산시장육성법에 대한 정책 토론회’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선진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이 언제까지 따라가는 정책만 할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병덕, 이강일, 김남근 의원 주최로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싼 입법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학계와 금융당국,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토론회에선 가상자산 시장 육성을 위한 가상자산 ETF의 국내 출시, 거래소 법인 계좌 허용 등이 주 방법론으로 나오며 그 가능성을 짚어냈다.
토론은 신상훈 금융위원회 디지털금융총괄과장, 김재진 가상자산거래소협의체(DAXA) 부회장, 조재우 한성대 교수,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김용태 법무법인 화우 디지털센터장,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 곽도성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 등이 자유 토론을 진행했다.
먼저 민병덕 의원은 “가상자산 시장의 활성 이용자는 350만 명, 1년에 한 번 정도 하시는 이가 280만 명, 계좌는 1천만 개에 이른다”고 짚었다. 그는 “이 정도면 가상자산시장이 이미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며 가상자산 법제 정비를 서둘러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민 의원은 “가상자산이 상품으로서 효용이 바로 안 나오니까 금융 당국에서도 의문 부호가 있는 것 같다”면서 “자본시장에서 증권을 상장하고 거래하려면 기업이 투자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하고 실물시장이 운영하는데 가상자산은 실물에 어떤 기여를 하느냐 그런 질문을 던지는 시점 같다”며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짚었다.
이 부분에 대해 토론자들은 가상자산 산업 육성에 선제적 지원이 없다면 국부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게임 산업 발전을 예로 들며, 게임 중독이라는 규제에 집착하다 산업 선점과 육성의 발판을 못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상자산도 선제적으로 육성해 제도권 안착을 우선해야 미국, 일본 등 해외 자본이 오히려 들어올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데 공통된 결론을 내렸다. 결국 빠르게 제도의 틀을 만들어 우리나라 국부로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먼저 박종백 태평양 변호사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법인 계좌 허용을 강력히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법인 계좌가 허용되는데 금융위에서 허가를 안 해주고 있다”면서 “어떤 법적 근거가 없기에 이 부분이 맞는지 다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프랭클린은 ETF를 출시했는데 이 회사는 이미 노드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직접 노드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그것에 비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노드 비즈니스가 아니라 근처에도 못 가고 있는 현실이다. 기업들이 정당화 활동을 취득할 기회는 많지만 처분할 방법이 없어 손이 묶인 상황이라 본다”고 분석했다.
신상훈 금융위 과장은 “법인계좌 허용 여부는 22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입법화될 것이다”면서 “2단계 입법이 언제가 될 것이냐 국회에 일이라서 말하기 어렵지만 1단계 시행도 되지 않은 상태라서 2단계 입법을 논의하는 것이 조금 시기상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신상훈 과장은 이어 “먼저 가상자산이 시장에서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본은 코인 90개, 우리나라 600개 상장이 됐고 14%가 우리나라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많이 거래가 활발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법인 계좌가 허용돼야 더 큰 산업이 보인다고 역설했다.
조 교수는 “현재 법인들이 블록체인 사업으로 번 돈을 현금화할 수 없는 문제가 제일 크다. 제대로 육성하려면 법인계좌가 허용돼야 모든 게 시작된다”며 “인터넷 시절 웹페이지 효용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효용은 닭과 달걀 같은 것이다. 효용을 바라보고 하면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용태 화우 센터장은 우리 가상자산법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사업 형태를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법안은 가상자산 서비스 유형을 10개로 분류해 각각 행위규제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5개에 불과해 기업들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이에 김 센터장은 건전한 가상자산 시장 형성을 위해 △금융기업의 가상자산시장 진출 △가상자산매개송금 △법인실명계좌 개설 등을 허용해야 한다고 봤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가 조속한 가상자산 관련 후속 입법을 촉구했다.
오 대표는 “법적인 체계 안에서 규제가 정해지지 않고 용어가 정해지지 않으면 창업자들이 한순간에 범법자가 될 수 있다”며 “현재 한국에서는 아무리 기술이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한국보다는 미국과 싱가포르, 유럽에서 지사를 만드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창업가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판이 한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