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가 열흘 만에 1조8000억원 넘게 불어났다. 대출금리가 하락하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이 연기되면서 대출 문턱이 낮아졌고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가 대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일 기준 710조12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708조5723억원에서 1조5501억원 증가한 것이다. 앞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5조3415억원 급증하면서 2021년 7월(6조2009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54조264억원으로 약 열흘 만에 지난달 말(552조1526억원)보다 1조8738억원 급증했다.
지난달에는 전월보다 5조8467억원 늘어났던 점을 고려하면 전월 증가분의 약 32%에 해당하는 금액이 9거래일 만에 불어난 것이다. 주담대 증가폭은 4월 4조3433억원, 5월 5조3157억원에 이어 점차 커지고 있다.
대출금리가 하락하고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주담대 증가세를 부추기는 분위기다.
주요 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2%대를 나타내고 있다. 전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혼합형·주기형)금리는 연 2.87~5.67%, 변동형 금리는 3.80~6.62%로 집계됐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하락하면서 주담대 금리도 내려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 금리는 12일 3.356%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이달에서 9월로 두 달 연기했다. 이에 대출한도가 줄어들기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둘째주(8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4% 상승했다. 이는 16주 연속 상승이다.
신용대출 잔액은 102조5452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329억원 줄었다. 신용대출 잔액은 이달 초 공모주 청약 영향에 4일 기준 103조8660억원으로 불어났으나 이후 감소 전환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대출 증가는 부동산 시장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한도가 더 줄어들기 전에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용대출의 경우 이달 초 공모주 청약을 위한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 늘었으나 이후 상환됐다. 가계대출은 주담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가계대출 급증에 은행들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산금리를 조정해 대출금리를 인상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 다만 시장금리가 하락해 가산금리 인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신한은행은 15일부터 5년 변동 주기형 주담대 상품 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가계 주담대의 감면금리 폭을 1일부터 최대 0.20%포인트 조정해 금리를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11일부터 대면 및 비대면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3일에도 주담대 혼합형(고정형)과 변동형 금리를 0.13%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은 12일부터 대면 및 비대면 5년 변동 주기형 아파트 담보 주담대와 2년 고정형 전세대출 상품의 금리를 0.1%포인트씩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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