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완화, 감세 아닌 활력 만드는 것…금투세 유예, 반대 필요 못 느껴”
“집 한 채 따라 부 규모 천양지차…불로소득 재원으로 무주택자 지원해야”
조국혁신당 “에드벌룬 띄워 놓고 간 보기 하는 건가…논리적 모순” 비판
[서울=뉴스핌] 김윤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꺼내든 종합부동산세 재검토 및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시사로 민주당 정책 방향성의 ‘우클릭’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당대표 연임이 유력한 이 후보가 감세론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오는 8·18 전당대회 이후 꾸려질 2기 지도부가 세제 개편 전반에 중도적 노선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2대 국회 초부터 ‘종부세 완화’를 주장했던 박찬대 원내대표, 고민정 최고위원의 목소리에 무게를 보탠 이번 이 후보의 발언은 그간 세수 부족 원인을 ‘부자 감세’로 꼽으며 정부·여당에 공세를 펼친 민주당의 중론과 거리가 있다. 지난 5월부터 관련한 당내 이견들이 분출해 온 만큼,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0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종부세가)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든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금투세 폐지 논의에는 “(증권)거래세를 대체하는 제도라 없애는 건 신중한 입장이지만 시행 시기를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종부세를 비롯한 세제 개편은 수도권 중도층 표심과도 직결되는 만큼, 정치권에선 이같은 이 후보 발언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기조 변화’라 해석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BBS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서 “민주당의 절대적 과제인 정권교체를 위해 외연 확장의 길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중도층 소구 전략으로 ‘종부세 완화 가능성’을 띄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원내대표 선출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며 1주택 종부세 폐지를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시 “종부세의 전향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금투세 폐지에 대해서도 “여론이 분분하다. 신중하게 검토해서 조세 정의와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서 대응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고 최고위원 역시 비슷한 시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수를 늘리는 목적에서라면 종부세가 아닌 다른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종부세로 인해 민주당은 집 있고 부자인 사람을 공격하는 세력처럼 상징화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커지는 ‘종부세 완화’ 및 ‘금투세 유예 검토’ 기류에도 진성준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당내 일각에선 여전히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전대준비위 강령정책분과 토론회에서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도 적극 환수해야 한다”며 앞선 입장들과 전면 배치되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집 한 채가 있고 없고에 따라 부의 규모가 천양지차”라며 “환수된 불로소득 재원을 바탕으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권 강화 조치를 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여러 이유로 당내에서 종부세에 대한 이견이 제출되고 있지만, 심각한 토론과 논의를 통해 당이 분명한 입장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진 정책위의장은 박 원내대표가 금투세 폐지에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을 당시에도 “(금투세 폐지는) 대통령과 정부가 일부 큰손 개인투자자들의 선동에 휘둘리는 것”이라며 “내년 1월 1일부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경 태세를 보인 바 있다.
오는 전당대회에서 이 후보와 경쟁하는 김두관 당대표 후보 캠프는 지난 12일 논평을 내고 종부세·금투세 재검토 가능성에 대해 “서민과 중산층의 민주당 근간을 흔들면 안 된다”고 직격했다. 김 후보 캠프의 백왕순 대변인은 논평에서 “종부세의 근본적 재검토, 금투세 시행 유예는 민주당 정체성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라며 “지방재정 종잣돈인 종부세의 완화는 지방자치분권이란 시대적 과제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세제 개편을 둘러싸고 분출하는 당내 이견에 한 지도부 의원은 같은 날 기자와 만나 “실용주의 정책으로 현실에 맞게 바꾸면 되는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을 이탈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관해선 “그걸 설득해야지 안 그러면 대선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해당 의원은 “(종부세는) 당 내부에서 한번 부딪힐 수는 있지만 중도층, 중산층 심리를 자극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완화해야 한다”며 “감세라기보다 ‘활력의 모멘텀’을 만드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금투세는) 정부가 유예한다고 하면 그냥 놓고 보면 되지, 안 된다고 붙잡을 필요는 없다”며 “다만 아직은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긴 어렵고, 가을쯤은 되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은 “세수 결손은 비판하면서 부자감세 기조와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민주당의 이같은 기조 전환을 “논리적 모순”이라 지적했다.
황현선 혁신당 사무총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현안 간담회에서 민주당의 종부세·금투세 재검토 언급에 “에드벌룬을 띄워놓고 간보기를 하는 것이냐”며 “도대체 민주당의 생각을 모르겠다. 어떤 지도부는 동의하고, 어떤 지도부는 동의하지 않는다. 명확하게 입장을 내야 논쟁이 되는데 그러지 않아서 조국혁신당이 계속 가지고 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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