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버티면…트럼프와 재대결 또는 전당대회 반란에 후보 박탈
자진사퇴 후 대타로 해리스 지지 또는 전대서 새 후보 뽑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고령에 따른 인지력 논란 탓에 재선 도전을 중단하라는 거센 압박에 처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과연 완주할 수 있을지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CNN 주최로 진행된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고령 리스크’를 노출하며 참패했다. 이후 민주당 안팎에선 ‘후보 교체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완주를 천명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마지막날인 지난 11일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등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전쟁 상대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 지칭하는 등 말실수가 잇따랐다.
후보 사퇴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2일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완주 여부를 놓고 현시점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첫번째 가능성은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 입장을 끝까지 고수, 내달 19∼22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트럼프 전 대통령과 4년만에 다시 맞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을 대선 승리를 위한 최적의 후보로 자평하면서 “나는 계속 후보로 뛰기로 결심했다”고 완주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고위직 다수는 TV 토론 참패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격차가 커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도 사석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본선 경쟁력 부족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두번째로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대선 완주를 고집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후보 교체를 요구하는 민주당 당원들 간의 갈등이 전당대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후보에서 끌어내리려는 시도로 발현되는 것이다.
실제 바이든을 지지하기로 했던 대의원 일부는 ‘양심에 따라’ 표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면서 비밀투표를 허용할 것을 당 지도부에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968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 지위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폭력 사태로 분출되면서 같은해 11월 대선에 참패한 기억이 여전히 선명한 까닭에 이는 비교적 가능성이 작은 시나리오로 꼽힌다고 더타임스는 설명했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면서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그를 대신할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문제는 본선 경쟁력이다. 민주당 내에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에 패한 2016년 대선의 재탕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이 아직은 ‘여성 대통령’을 뽑을 준비가 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더타임스는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도 사퇴하되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지 않는 것도 한 방안이다.
이 경우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즉석에서 공개경쟁이 벌어질 수 있고,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같은 ‘젊은 피’를 내세워야 한다는 민주당 일각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이 역시 만만찮은 부작용을 각오해야 하는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투표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대권경쟁으로 당이 분열될 위험이 크고, 특히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흑인 유권자층은 미국 사상 첫 여성 흑인 부통령인 해리스를 제치고 백인이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에 격하게 반발할 수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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