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재계약 앞둬
바이낸스, 메가존과 지분 양도 협상 막바지
“지분 협상 진행되면 재계약 무사히 넘길 것”
[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가상자산 원화거래소인 고팍스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라이선스 유지를 위해선 전북은행과의 실명계좌 재계약이 필요한데, 기간이 한 달도 남지 않으면서다. 고팍스 최대주주 바이낸스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메가존에 지분을 매각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원화거래소 중 한 곳인 고팍스는 다음 달 11일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가상자산 거래소는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야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즉 이번 재계약에 실패한다면 원화거래소 자격은 박탈된다.
이번 재계약 핵심은 고팍스 최대주주 바이낸스의 지분 매각 여부다. 금융당국이 ‘외국계 주주 지분율 10% 미만’을 요구하며 1년 넘게 사업자 변경 신고 수리를 보류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외국계 주주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의미한다.
재계약의 키를 쥔 전북은행 입장에서는 당국이 지적한 지배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도장을 찍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고팍스가 바이낸스를 대체할 국내 자본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로선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업체 ‘메가존’이 유력하다. 바이낸스가 최근 메가존과 고팍스 지분 양도 협상 막바지에 돌입하면서다. 금융당국 요구대로면 바이낸스는 현재 보유 중인 고팍스 지분 67.45% 중 58% 이상을 메가존에 매각해야 한다.
업계는 대체로 긍정적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바이낸스와 메가존 양사가 매각 협상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인 가운데 또 다른 이해 당사자인 전북은행 역시 이를 전향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사는 올해 초부터 매각 협상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서야 윤곽이 드러난 배경은 메가존 자회사 메가존클라우드의 기업공개(IPO)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면서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최근 상장 대표 주관사 6곳을 선정하면서 상장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팍스 지분 인수 협상 또한 이에 맞춰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켜보고 있는 전북은행도 이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1년 넘게 변경 신고 수리 지연에 묶여 고팍스와 시너지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발을 빼는 게 더 악수라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내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전북은행은 고팍스와 실명계좌 계약을 진행할 당시부터 바이낸스와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었다”며 “기대한 시너지를 제대로 펼치지 못한 상황에서 비용만 쓰고 나가는 그림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8월 재계약 두 달 뒤인 10월에 사업자 갱신 신고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바이낸스와 메가존 간) 지분 협상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재계약은 무난히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고팍스가 최근 점유율을 업계 3위까지 끌어올린 상황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팍스는 이달 초부터 코인원과 코빗을 제치고 거래량 3위를 기록 중이다. 기존에는 코인원이 3위를, 코빗이 4위를 각각 유지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한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고팍스가 점유율을 3위까지 끌어올리면서 회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고파이 관련 부채를 줄여줄 새로운 투자자만 나타나면 이는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현재로서는 메가존의 지분 인수가 고팍스 원화거래소 유지에 가장 확실한 답”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