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올해 들어 코스피가 8% 가까이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은 오르기는 커녕 3% 넘게 하락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코스닥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2차전지주 움직임이 예전같지 않은 데다 부진한 국내 증시 대신 미국 증시로 발길을 돌린 투자자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가 7.94%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3.11% 하락했다. 830선까지 밀려난 코스닥은 52주 최고점(956.40)이었던 지난해 7월26일과 비교하면 12.21% 빠진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살펴보면 알테오젠(177.16%), 엔켐(132.96%), 삼천당제약(152.52%) 등 강세에도 과거 코스닥 상승세를 견인했던 대장주 에코프로비엠(-36.12%), 에코프로(-24.73%) 등 2차전지주는 내리막이다. 업황 둔화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정책이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2차전지주 악재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전날에는 매크로 불확실성에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제약·바이오주마저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반락했다. 연초부터 집중됐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기대 효과도 상대적으로 코스피에 집중됐다.
코스닥 부진은 최근 미국 증시에서 러셀200지수가 S&P500지수를 능가하면서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환기된 것과도 사뭇 대조적이다. 러셀2000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주간 상승률 6%를 기록한 바 있다.
금리 인하 임박 기대감이 고조되면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게 유리하게 여겨진다.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여력이 떨어지는데 금리가 낮아지면 이에 따른 부담을 낮출 수 있어서다.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많이 받는 대형주 대신 개별 종목 장세 위주의 코스닥에서 주로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린 것도 한몫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10일 기준 951억428만달러(약 131조7184억원)로 2011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코스닥에 대한 순환매가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강화되고 있는 점은 코스닥의 코스피 대비 상대 강도가 긍정적인 요인”이라면서도 “시장금리의 추가적인 레벨 다운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계기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오랜만에 나타난 코스닥의 상대적 강세는 이달 들어 건강관리 업종과 같이 소외됐던 업종으로 순환매가 나타나는 업종별 순환매 현상의 2차 효과 정도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속 가능성은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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