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보도 “4년 전 바이든 지지자들 등돌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미국 기술 혁신의 산실로 평가받는 실리콘밸리 리더들이 잇따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표명하고 나선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백악관 선임 고문인 아니타 던은 가상화폐 업계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백악관 인근 호텔에서 비공개로 업계 관계자 등을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에 맞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던 캘리포니아주 딘 필립스 하원의원이 다리를 놓은 이날 만남에서 참석자들은 백악관에 공개적인 적대감을 드러냈고, 이에 던 선임 고문은 이에 적잖이 당황해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가상화폐 투자자로 알려진 마크 큐반도 함께한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기술 산업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에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칸나 하원의원은 “던 선임 고문이 참석자들 질문에 한 시간 이상을 할애했다”며 “대화를 계속하고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후속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아니타 던은 참석자들의 솔직한 대화에 감사해했다”며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커뮤니티와 계속 관계를 맺기를 기대한다”고만 언급했다.
이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던 실리콘 밸리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를 보여준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공지능(AI)과 가상화폐 등 기술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테크 산업 리더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신문은 진단했다.
WP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대부분을 포함하는 산타클라라 카운티는 4년전 대선당시 바이든 후보에게 73%, 트럼프에게 25%를 투표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는 바이든 후보가 85%의 지지율을 얻어 13% 득표에 그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발생한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 사건을 계기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거물들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생명공학 스타트업 콘셉션의 맷 크리실로프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은 승리를 예상한다면 일찍 합류해야 한다는 벤처캐피탈(VC)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달리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원했던 지지자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회장은 민주당 후원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정치고문인 드미트리 멜혼은 지난 13일 밤 “트럼프가 사진을 얻고, 역풍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이 총격이 유도됐거나 심지어 연출됐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메일을 지지자들에게 보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실리콘 밸리 임원은 “바이든을 지지하는 리드는 섬에 혼자 (갇혀)있다”고 말했다.
이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던 기술 리더들은 아직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그다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모양새라고 WP는 전했다.
WP는 “2017년 트럼프의 이민 제한 시도에 반대했던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와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사티아 나델라 등 빅테크 CEO들도 공개적인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 창업자는 다만, “일반 기술 노동자들은 대부분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일부 경영진은 트럼프 물결이 소수에 한정돼 있으며, 우파 엘리트 집단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베이 지역 벤처 투자가인 시리 스리니바스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기술 리더들은 강력하며, 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다”며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매우 영향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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