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우리나라 최초로 암호화폐 관련 제도를 규정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19일 실행에 들어갔다.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VASP)를 규정한 특금법이 자금세탁 관점에서 암호화폐 시장을 부분 규율한다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코인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춘 실질적인 규제법이다.
금융당국과 국내 암호화폐 업계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골격을 세우기 위해 지난 1년 여 간 심도 있는 논의를 벌였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법이 이제 실행에 들어가면서 ‘제도화’ 라는 과실을 수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실행 단계에서 실효성이 없는 무늬만 보호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표적으로 상장 코인에 대한 유지 심사가 벌써부터 논란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상장 코인이 부적절한 스마트 컨트렉트를 내재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수 백 종의 코인이 상장 돼 거래 중이다. 해당 코인의 스마트 컨트렉트를 누가 일일이 열어볼 것인가?
금융당국은 업계 자율로 유지 심사를 하도록 규정했지만, 실제 심사 주체를 명시하지 않았다. 거래소가 스마트 컨트렉트를 살펴봤다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100% 거래소 책임이 된다.
따라서 거래소들은 ‘공신력 있는’ 제 3의 기관에 스마트 컨트렉트 분석을 의뢰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스마트 컨트렉트를 세심하게 살펴볼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블록미디어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문제가 된 수이(SUI)의 트랜잭션을 전수 조사한 바 있다. 해당 트랜잭션 분석에는 3 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그 결과 대규모 코인 유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이의 유통량 계획 중 설명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분석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상장 돼 있는 수 백 개의 코인에 대해 유사한 분석을 할 수 있을까?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꼼꼼하게 문제를 찾아낼 수 있을까?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법 체계로는 자율 규제를 기반으로 하지만,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금융당국도 수 백 개 코인에 대한 스마트 컨트랙트 분석이나 트랜잭션 분석을 할 능력이 사실상 없다.
따라서 현재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무늬만 보호법이다.
금융당국은 이 법의 안착을 확인한 후에야 디지털 자산시장 산업 진흥을 위한 2차 입법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실효성 있는 법으로 자리잡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금융당국이 실효적 관리를 할 수 없다면 감독권한을 민간 기구에 과감하게 이양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 컨트렉트와 트랜잭션을 상시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이 제도 시행을 맡고, 위법 사항이나 규제 위반에 대해서만 행정권을 행사하는 구조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디지털자산감독청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스마트 컨트렉트와 트랜잭션 분석이 뭔지도 모르는 공무원과 이해 당사자인 암호화계 거래소들에게 투자자 보호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밝은 민간 전문가 기구가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와 산업 진흥을 이끄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다. 법을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법 조문 사이 사이에 웃고 있는 악마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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