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재형 특파원] 2018년 한해 동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암호화폐 시장은 2019년에도 빠른 시간 내에 회복될 신호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이 2019년에는 희망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트코인ETF(상장지수펀드)의 승인 가능성, 피델리티 및 나스닥 등 대형 기관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입 등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의 조건으로 시장의 성장에 부합하는 암호화폐의 수용성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해 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벤처 캐피털 투자가 크리스 버니스키는 지난해 8월 트위터를 통해, 암호화폐의 하락세가 거듭된 이유가 2017년 폭등한 가격 상승에 부합하는 수용성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17년 시장이 30배 이상으로 커졌으나 투자와 거래를 제외한 수용성은 이만큼 상승하지 못했기 때문에 침체가 계속됐다는 것이다.
라이트코인의 창업자 찰리 리는 지난해 9월 비트코이니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의 대중적 수용성이란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보유한 소비자가 이러한 자산을 돈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암호화폐가 물건을 구입할 때와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으로 두루 사용되는 게 대중적 수용성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소비하는 방법을 최대한 쉽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찰리 리는 암호화폐가 대중적으로 수용되려면 소비자가 마치 직불카드처럼 비트코인 등을 현금처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찰리 리의 지적처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현금처럼 쓰기 위한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암호화폐 직불카드(Debit Card)가 꼽힌다. 지난해 8월 유럽 핀테크 스타트업 레볼루트(Revolut)는 암호화폐를 일반 소매상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직불카드 ‘레볼루트 메탈’을 출시했다. 레볼루트 메탈 사용자는 연회비 120파운드(약 154달러, 한화 17만 원), 혹은 매달 이용로 12.99파운드(약 16.5달러, 1만8736원)에 직불카드를 쓸 수 있다. 또한, 레볼루트 메탈은 모든 사용자에게 여행 시 컨시어지 서비스, 해외 건강보험 등 혜택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여기에는 암호화폐, 혹은 민간화폐로 캐시백 서비스도 포함된다.
레볼루트 메탈 출시 다음달 크립토닷컴(Crypto.com)은 암호화폐용 비자 직불카드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일반 통화 및 암호화폐 지갑과 연결되는 이 카드는 비트코인(BTC), 이더(ETH), 라이트코인(LTC), MCO, 바이낸스코인(BNB) 등 암호화폐와 미 달러화, 싱가포르 달러, 홍콩 달러의 사용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 은행 신용카드에 비해 크립토닷컴의 직불카드는 사용자의 신용 기록을 확인하지 않고, 회사측이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그 대신 사용자는 담보로 약정한 암호화폐 가치의 40%에서 60%까지만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독일 핀테크 기업 NAGA 그룹이 암호화폐 투자자를 위한 마스터카드를 출시했다. ‘NAGA 카드’는 사용자의 암호화폐 거래 계정과 연동돼 일반 신용카드, 직불카드와 마찬가지로 신속하고 편리한 출입금과 직불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NAGA 카드는 인증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 결제 시 철저한 보안이 이뤄진다
가장 최근에는 1월 초 미국의 블록체인 기업 터니오(Ternio)가 새로 출시되는 블록카드(Block Card)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그리고 스텔라 루멘스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창업자 겸 CEO 이안 케인은 “우리의 목표는 일상생활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사용을 가속화하는 것”이라며, “블록카드는 암호화폐의 실질적 효용성을 높이고 암호화폐가 투기 자산이라는 인식을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의 신용한도(line of credit)를 제공하는 암호화폐 직불카드를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