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 트럼프 수혜 업종에 투자하는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태 등 미국발 대선 이슈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간 국내 증시를 견인해온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업종 뿐만 아니라 2차전지, 자동차 등 업종도 강한 조정을 받았다. 대외 악재에 따른 단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방향성 탐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업계는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증시에 지속적인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추세와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대내외 경기 및 실적 이벤트를 소화하면서 국내 증시가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어 실적 모멘텀을 바탕으로 증시가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795.46)보다 31.95포인트(1.14%) 내린 2763.51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나흘 연속 하락하며, 한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도 2.26% 급락한 809.96에 거래를 마감하며, 지난 2월 초 이후 5개월만에 최저가로 떨어졌다.
최근 국내 증시의 낙폭이 두드러진 원인에는 미국의 정치 불확실과 마이크로소프트발 IT 대란 등이 맞물리면서 기술주에 대한 투심이 꺾인 영향이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트레이드’가 발생했고, 반도체를 비롯해 업종 및 종목별 순환매 장세가 나타났다. 지난 19일 엔드포인트 보안부문 세계 1위의 사이버보안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WD)의 팔콘 센서 업데이트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시스템과 충돌하면서 전세계 항공·통신·의료 서비스 등이 마비되는 악재도 발생했다.
실제로 최근 3거래일 동안 미국의 대표 지수인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3%, 4% 가량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대선 구도가 재차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주도 정치적 불확실성은 증시에 지속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발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증시의 추세와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트레이드는 그간 랠리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누적된 상황 속에서 발생한 정치 재료였다“며 ”이번주 시장은 대내외 경기 및 실적 이벤트를 소화하면서 낙폭 과대주를 중심으로 주가 회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만, 민주당 전당대회(8월19일)와 11월 대선까지는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해리스 현 부통령의 정책은 바이든의 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사실상 향후 대선 구도는 트럼프와 바이든 2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암호화폐 기반 예측 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 Market)에 따르면 바이든 사퇴 이후 트럼프의 당선확률은 71%에서 64%로 하락한 반면 카말라 해리스의 당선 확률은 10%대에서 27%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6년 대선 당시 9월만 해도 힐러리 클린턴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10월부터 트럼프의 추격에 주식시장은 긴장한 바 있었다”며 “트럼프 지지율이 우위를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는 단기 변동성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미 증시는 11월 4일(대통령 선거 11월 8일)을 저점으로 급반등세가 전개됐고, 코스피도 트럼프 당선 시점을 저점으로 강한 상승반전이 나타났다”며 “정치적 이슈와 이벤트에 대한 불확실성은 염두할 필요가 있지만, 시장에서 더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1순위인 해리스는 현재 바이든 정부의 부통령으로, 바이든노믹스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유입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지난주 급락세를 보였던 반도체와 IT, 2차전지, 신재생 에너지 등 바이든 행정부 관련 수혜주들이 당분간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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