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이후 마진 압박 전망…월가 “더는 수익 전망 상향 없을 것”
내연차 생산 몰두에 전기차 계획은 지연…LG엔솔 美합작투자 전략도 영향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미국 자동차 제조사 제너럴모터스(GM)가 23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을 웃도는 ‘깜짝 실적’을 냈음에도 향후 실적 비관론에 주가가 6% 넘게 떨어졌다.
이날 실적발표에서 GM의 전기차 전환 계획이 지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에도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GM은 전장보다 6.4% 급락한 주당 46.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GM은 앞서 이날 개장 전 공개한 실적발표에서 2분기 3.06달러의 주당 순이익(EPS)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2.75달러)를 웃돈 수치다. 매출 역시 480억달러로 월가 전망치 455억달러를 상회했다.
2분기 실적 호조에 힘입어 연간 세전 순익 전망치는 125억∼145억 달러에서 130억∼15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이후 생산비용 증가와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 감소로 실적이 압박받을 수 있다는 전망에 주목했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중국 사업, 자율주행차(크루즈) 부문의 손실을 고려하면 인상적인 실적을 냈다”면서도 “그러나 좋은 시절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음을 역사는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RBC캐피털마켓의 톰 나라얀 애널리스트는 GM이 제시한 연간 실적 전망을 살펴보면 하반기 순익이 상반기보다 감소할 것임을 시사한다면서 중국 사업 부문이 역풍으로 작용하고 그동안 이어져 왔던 순익 전망 상향 제시도 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투자자들은 최근 몇 년간 유례 없는 물가상승 지속 후 가격 정상화에 관한 언급이 나오기만을 기다려왔다”면서 “오늘 나온 GM의 언급은 디플레이션 사이클의 시작을 시사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평가했다.
앞서 폴 제이컵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발표에서 “하반기에는 계절적으로 원자재 비용이 더 커지고 가격도 압박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저축이 바닥나고 임금 상승률 둔화로 구매 여력도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차 제조사들이 이전처럼 가격을 쉽게 인상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기가 더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2분기 GM의 호실적은 막대한 자본투자를 필요로 하는 전기차로의 생산시설 전환 속도를 늦추고 당장 돈이 되는 내연기관차 생산에 집중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미 자동차 업계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릴 것으로 우려하며 신규 투자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앞서 GM은 올해 전기차 생산량을 이전보다 5만대 적은 20만~25만대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GM은 이날 실적발표에서 올해 첫 출시가 예정됐던 뷰익 브랜드의 전기차의 출시 시가에 관해서도 추가 정보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미 CNBC 방송은 지적했다.
앞서 GM은 뷰익 브랜드를 2030년까지 완전한 전기차 브랜드로 탈바꿈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로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대를 생산한다는 GM의 계획도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해진 상태다.
GM의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은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CNBC는 GM의 전기차 전환 계획 수정이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추진하는 북미 배터리 공장 계획에도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세운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짓고 있던 3공장 건설을 최근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전날 보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청정에너지 정책을 모두 철회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전략에 중대한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기차 생산 속도 조절에도 불구하고 GM 경영진은 ‘미래 먹을거리’인 전기차 생산 확대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제이컵슨 CFO는 “전기차 대량 생산에 나설 수 있게 되면서 초기 성과에 고무됐다”며 전기차 생산 확대를 위한 필요 기반을 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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