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기자] 지난달 한국 암호화폐 거래량이 8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되는 하락장, 해킹·전산 오류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잇따른 사건 사고로 투자자들이 시장을 외면한 데 따른 결과다.
정보 제공 플랫폼인 크립토컴페어(CryptoCompare)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총 거래량 가운데 57%가 미국 달러(USD)로 거래됐다. 이 가운데 원화 거래량은 전달대비 78% 급감했다.
미국 달러(USD)와 엔화(JPY)를 통한 비트코인 거래 규모는 늘어났다. 288만 비트코인이 달러(USD)로 거래가 됐는데 이는 11월 대비 1.3% 늘어난 수치다. 엔화(JPY)로 거래된 비트코인은 11월 대비 28%나 증가한 총 119만 비트코인이었다. 이는 엔화 기준 비트코인 거래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비트코인-원화(KRW) 거래량은 40만 비트코인으로 전월대비 78%나 감소했다.
◆역김치프리미엄 현상까지..비트코인 가격 해외보다 2% 낮아
국내 암호화폐 거래량 감소가 지속되면서 최근에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 거래소보다 낮은 역김치프리미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3대 거래소 빗썸·업비트·코인원에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낮게 형성돼 거래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21일 오후 4시 43분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 기준 비트코인은 3,577 달러(약 4,033,783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빗썸·업비트·코인원 등 국내 3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비트파이넥스보다 2% 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빗썸과 코인원은 396만 원에, 업비트는 395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 실망한 투자자들, 에어드롭 이벤트성만 쫓아
유독 한국 거래량이 줄어든 데는 한국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 정책 기조는 암호화폐 시장에 관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실질적으로 시장에는 폭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상태”라며 “그간 오랫동안 높은 가격에 물려있던 투자자들이 손절하며 포기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투자자들은 에어드롭 등 거래소 이슈성을 쫓으며 단기 수익에 기대고 있다. 장기적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시장에서 에어드롭 이벤트에 참여해 무료로 코인이라도 받자는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암호화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대형 국내 거래소들보다 가입만 해도 용돈벌이를 할 수 있는 신생 거래소들의 광고성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지금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돈을 벌겠다는 투자자들보다 에어드롭 이벤트 참여를 통해 반짝 수익을 낼 수 있는 이슈성 코인이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은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마찬가지다. 좀처럼 신규 투자자들의 유입이 없고, 그마저도 신생 거래소들에 이용자들을 뺏기는 상황에서 이들은 에어드롭뿐만 아니라 자체 이벤트를 만들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 빗썸은 이용자 투표를 통해 상장을 결정하는 ‘픽썸’ 1라운드 오픈부터 투자자들이 커뮤니티에 대거 몰리기 시작했으며, 2라운드 때는 트래픽 폭증으로 일부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바 있다.
빗썸은 또 지난해 11월~12월 ‘슈퍼 에어드롭 페스티벌’을 에어드롭뿐만 아니라 로그인 접속을 통한 응모 참여자들 가운데 1명에게 1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열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한 국내 대형 거래소들은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브랜드 이미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마케팅도 어렵다”며 “현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에어드롭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자체 이슈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