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김동현 용윤신 임하은 기자 = 채상병특검법 및 방송4법 등으로 22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여야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야권에서는 그동안 금투세 폐지를 추진할 경우 소수의 투자자들에게 세제 감면 혜택이 몰릴 수 있다며 ‘부자감세’ 논리를 펼치고 있는데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부족 사태가 예견된 만큼 감세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최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며 금투세와 관련해 “시행 시기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유예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지만 정부가 폐지를 못박으면서 갈등 양상이 재연될 전망이다.
◆금투세 시행시 투자자 업계 혼란 가중돼 폐지 결론
정부는 지난 2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제 57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금투세 폐지 추진이 담긴 ‘2024년 세법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내년 1월 시행되는 금투세가 제도적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아 시행시 투자자와 업계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시행 연기보다 폐지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먼저 금투세 도입으로 인해 채권 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소득세법에선 채권을 직접 매수한 경우 이자소득에 대해 15.4%의 세금을 부과하고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적용했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는데 수익이 2000만원을 넘어서면 종합소득과세 대상으로 넘어가 최대 49.5%의 세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올해 연말까지 국채 위주로 매도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현행 증권거래세 0.18%를 내년까지 0.03% 포인트(p) 인하된 0.15%로 만든다는 계획인데 내년에 금투세가 시행되더라도 증권거래세가 유지되는 만큼 이중과세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아울러 금투세를 반기마다 원천 징수한 뒤 투자자가 세무서에 신고를 해서 환급받는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투자금이 원천징수될 경우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고 돌려받기 위해선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연간 100만원을 초과하는 이익을 본 경우라면 부양가족으로서 1명당 150만원까지 공제해주는 종합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고 건강보험료 산정 범위에 새롭게 포함돼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과세 형평성 위해 금투세 예정대로 시행 목소리多
과세 형평성을 바로잡기 위해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A금융상품에서 3000만원의 이익을 냈고 B금융상품에서 4000만원의 손해를 봤을 때 총 1000만원 손해를 봤지만 현행세제는 세금을 내야 한다.
또 지난해 2000만원의 손실을 보고 올해 3000만원의 이득을 얻었다면 1000만원 이득에 한해 세금을 내야 하는데 현행 법을 적용하면 올해 3000만원 이득분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논리다.
한 투자자가 한 종목에 50억원이 넘지 않게 총 1000억원을 운영해 1년에 200억원을 벌어도 현행세제에서는 세금을 단 한푼도 안내는 만큼 금투세 폐지하면 부자들에게 감세를 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외에도 또 2년 연속 나라빚이 1000조원 이상을 기록한 데다 올해 4월 기준 누계 국가 채무는 1128조9000억원으로 지속 증가세를 보이는 만큼 감세를 추진하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학생은 아르바이트만 해도 세금을 원천징수하는데 주식으로 수백억을 번 주식 부자들은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다”라며 “금융투자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과세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금투세 시행 유예에 힘 실어 연기 가능성↑
최근엔 이재명 전 대표가 내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하겠다고 주장해 온 민주당 입장과 다른 의견을 피력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금투세가 폐지되거나 시행 시기가 또 다시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 대표는 “주식시장이 악화된 주 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국민들의 경우 그나마 조금 오른 주식에 세금까지 떼이면 억울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말했다.
최근엔 금융투자세 면세 구간을 ‘5년간 5억원’으로 올리자는 보다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차기 당대표 당선이 유력한 이 전 대표가 재검토에 힘을 싣은 만큼 금투세 시행을 연기하고 원점 재검토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재검토에선 원천징수 방식의 과세 방식이 대폭 손질하면서 세부적인 징수 기준을 마련할 수 있고 증권사간 정보공유 시스템 구축 등 금투세를 시행할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전문가들, 금투세 유예 한목소리…세수부족은 우려
전문가들은 금투세 유예가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증권거래세 세율이 인하된 상황에서 금투세 시행이 연기될 경우 세수 부족 현상이 심화되며 재정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금투세는 수년전에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법안인 만큼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현재 자본시장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시행을 유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투세는 폐지보단 유예가 될 것으로 본다”며 “6조~7조원 가량되는 증권거래세 세수가 세율 인하로 줄어들 수 있는데다 금투세 유예로 4조원 가량의 세수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세수 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단순히 조세 저항으로 금투세를 폐지한다는 방침은 과세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무너뜨리고 도덕적 해이를 불어올 수 있다”며 “조세 저항 이외에 폐지를 해야 한다는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4년 전에 금투세를 도입하면서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책이 바뀔 수는 있지만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설명해야 한다”며 “충분히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하고 어느 정도로 과세를 도입해야 타당한지 기준을 제시해야 앞으로의 조세 정책 수립에서 문제가 덜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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