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결정회의 30∼31일…”장기국채 매입, 월 6조엔→2조∼4조엔 감축 검토”
추가 금리인상은 관측 엇갈려…”기준금리 0.25%로 인상” vs “서두를 필요 없다”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국채매입 축소와 금리 인상을 동시에 단행할 지에 국제 금융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본은행은 오는 30∼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다.
한국은행으로 치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해당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선 장기 국채 매입 감축액이 결정될 예정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6월 회의에서 그동안 매월 6조엔(약 54조원) 수준이던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인다는 원칙을 정하고 금융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파악한 뒤 감축 규모를 정해 7월 회의 이후 실행에 들어간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대규모로 실시해온 양적완화를 보유 국채 잔고를 줄이면서 되돌림 작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행의 장기 국채 매입 규모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일본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은행이 현재 월 6조엔 수준인 장기 국채 매입액을 향후 1∼2년간 단계적으로 2조∼4조엔까지 줄이는 방안을 중심으로 검토하는 것 같다”고 26일 보도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번 회의 때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퍼지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0.1%였던 기준금리를 0∼0.1%로 인상해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뒤 3개월간 기준금리를 동결해왔다.
엔화 약세가 경제에 부정적이라는 정권 실세들의 발언도 추가 금리 인상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차기 총리 후보군에 포함된 집권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지난 22일 강연에서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은행에 대해 “단계적인 금리 인상 검토를 포함해 금융정책을 정상화할 방침을 더욱 명확히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또 한 명의 총리 후보로 꼽히는 고노 다로 디지털상도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환율은 일본에 문제이고 엔화는 너무 저렴하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했다.
최근 엔화 약세 기조는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 오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1엔대까지 하락, 엔화 가치가 약 두 달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거품(버블) 경제 붕괴 전인 1986년 12월 이후 37년 반 만에 가장 높았던 지난 10일(161.7엔)과 비교하면 엔/달러 환율이 약 2주 만에 10엔가량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엔저 기조가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이날 한때 엔/달러 환율은 154엔대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부 금융정책위원들이 이달 회의 때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인상시 기준금리를 0.25%로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를 경우 안 그래도 부진한 소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은행이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 없다는 의견도 일본은행에는 있다”며 금리인상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기업들이 이미 장기 금리 상승을 염두에 두고 금리가 오르기 전에 자금을 조달하는 움직임을 보여 올해 1∼6월 회사채 발행이 역대 상반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올해 상반기 일본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는 123개 사가 7조3천809억엔(약 66조5천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보다 발행액은 10.5% 늘고 기업수로는 20개 사가 증가한 수준이다.
최근 회사채 발행 증가는 일본은행이 정책 방향을 전환한 만큼 향후 장기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판단이 배경으로 꼽힌다.
한편, 일본은행은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 때 성장률, 물가 등 경제 전망 수정 보고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은행은 4월 금융정책결정회의 때에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하 중간값 기준)을 0.8%로, 소비자물가(신선식품 제외 기준) 상승률은 2.8%로 각각 전망한 바 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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