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영업 마비로 ‘정산금 돌려막기’ 봉쇄 상황
모회사 큐텐 2대 주주 몬스터홀딩스 등 펀딩 가능성 주목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커머스 생태계 기반을 뿌리째 뒤흔드는 상황에서 모기업 큐텐이 어떤 방식으로 이번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고객 구매 대금 환불과 판매대금 정산 문제 등의 급한 불을 끄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플랫폼 생존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결국은 충분한 유동성 확보가 관건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티몬과 위메프는 독자 생존이 사실상 어려운 빈사 상태에 놓였다.
티몬이 지난해 4월 공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2022년 기준 티몬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0억원에 불과하다. 현금화가 가능한 매출채권 및 기타 채권액은 197억원대다.
티몬이 최근 수년간 꾸준히 1천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현시점의 현금 동원력은 더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로는 당장 급한 고객 구매 대금 환불은 가능할 수 있겠으나 판매자 정산대금을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위메프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71억원, 매출채권 및 기타 채권액이 245억원 등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은 316억원 남짓이다.
재무제표상의 두 플랫폼 현금동원력을 합해도 593억원에 불과하다. 두 회사가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총 미정산액(1천600억∼1천700억원)의 3분의 1 남짓이다.
여기에 현재 티몬과 위메프는 사실상 영업 중단 상태다. 상품 판매와 결제, 환불 등 모든 기능이 마비됐다. 과거처럼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서 정산금을 돌려막는 일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모기업인 싱가포르 기반의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도 도와줄 여력이 없다.
큐텐은 2019∼2021년 1천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 티몬을 인수하기 전인 2021년 기준 누적 결손금은 4천3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사태를 해결하려면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올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선은 큐텐의 2대 주주인 미국 몬스터홀딩스가 ‘흑기사’로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몬스터홀딩스는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과거 티몬의 대주주였다.
큐텐이 2022년 9월 지분 교환 방식으로 티몬을 인수할 때 티몬 지분 81.74%를 모두 내주고 큐텐과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몬스터홀딩스가 큐텐 최대 주주이자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추진해온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지분 교환 방식에 동의했을 것으로 본다.
실제 큐익스프레스가 상장에 성공할 경우 몬스터홀딩스는 구 대표와 함께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큐익스프레스의 상장 자체가 불확실해지면서 몬스터홀딩스도 선택의 갈림길에 선 것으로 보인다. 큐익스프레스의 상장 가능성을 저울질하면서 추가 지분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터지자 구 대표가 가장 먼저 몬스터홀딩스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큐텐 대주주인 ‘원더홀딩스’도 외부 원조의 후보군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허민 대표가 이끄는 원더홀딩스는 위메프의 최대 주주였다가 위메프를 구 대표에게 넘겨주면서 큐텐 지분과 맞교환했다. 한 때 위메프 지분 4.8%를 들고 있던 IMM인베스트먼트 또한 잠재적 ‘흑기사’로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5월 큐텐이 위메프를 인수할 때 주식매매대금 채권을 보유하는 조건으로 위메프 지분을 처분해 현재는 위메프와의 연결 고리가 없는 상태다.
이밖에 2020년 말 큐텐이 발행한 3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한 사모펀드 코스톤아시아와 큐텐과 관련한 주식매매대금 채권을 보유한 NXC도 펀딩이 가능한 후보자로 꼽힌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최근 한국에 들어와 여기저기서 수천억원대 자금 수혈을 요청하고 있으나 여의찮다는 말도 나온다.
티몬·위메프 관계자는 “회사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큐텐 그룹사 전체가 외부 펀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로서는 협의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가 사재를 털어 유동성에 보탬을 주는 방법도 거론되나 당사자가 사태 해결을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G마켓을 설립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뒤 2009년 5천500억원에 미국 이베이에 매각한 구 대표는 해외에 상당한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수혈 작업이 모두 실패하면 마지막 수단으론 정부의 공적 자금 지원을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회사의 방만 경영으로 발생한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메운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일각에서는 정산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 티몬·위메프 입점 소상공인들에게 긴급 경영안전자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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