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가영 기자] 최근 단체 메신저 공구방(공동구매방)을 통한 코인 다단계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업계에서는 ICO가 급감하고 암호화폐 다단계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공구방 운영이 어려워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블록미디어 기자가 취재를 위해 가입한 코인 공구방들 모두 12월 이후 개점휴업 상태다.
작년 말까지는 코인 다단계 피해자가 크게 늘어 약 5만 명이 가입한 다단계 피해자 모임 카페가 생길 정도였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공구방을 통한 코인 다단계가 줄어든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지난 12월 초에 일어난 한국 공구방 총판 사망사건이다.
당시 중국 벤처캐피탈(VC)에게 물량을 받아 다양한 코인의 공구를 진행한다고 밝힌 최 모 씨가 약속한 코인을 공구방 관리자에게 배분하지 않았고, 환불조차 하지 않은 채 사망했다. 이후 공구방 관리자들은 투자자들에게 사비로 환불해줄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투자금 규모가 큰 탓에 제대로 환불이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 이 사건으로 인해 공구방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라 투자자들의 공구에 대한 신뢰도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공구방 관리자는 “환불도 못 해주고 있는데 또 다른 공구를 진행할 여력이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두 번째는 ICO가 급감해, 공구를 진행할 물량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 정보 서비스 분야 전문 연구기관 오토노머스 리서치(Autonomous Research)는 작년 8월까지 ICO 유치액은 4억 달러를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었으며, 9월에는 3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오스(EOS)와 일부 성공한 프라이빗 세일을 제외하면 ICO 규모는 2017년 대비 88.53% 줄었다고 분석했다.
공구 다단계는 코인 발행 시 기관 투자자, 직원, 가족, 프로젝트 파트너 등을 대상으로 ICO 이전에 먼저 이루어지는 프라이빗 세일 물량이 풀리면서 시작된다. VC 등에게 저렴하게 판매된 물량이 다단계 총판에게 풀리고, 다단계 총판은 공구방 관리자와 접촉해 판매할 코인 물량이 있다고 알린다. 이후 공구방 관리자들은 단체 메신저를 통해 투자자들을 모아 코인을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나 ICO가 급감하면서 프라이빗세일 물량도 없어져 코인 다단계가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또 다른 코인 공구방 관리자는 “요즘 유명한 공구방도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라며 “ICO를 하지 않는 요즘은 공구 물량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ICO의 대안으로서 IEO가 떠오른 것이 공구방 운영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ICO보다는 IEO가 대세”라며 “공구방 관리자 말만 믿고 섣불리 투자하기보다는 거래소가 검증하고 판매하는 IEO에 참여하는 게 투자자로서는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한 블록체인 마케팅 전문 업체 관계자도 “요즘은 IEO를 하는 거래소에서 IEO를 진행하기 위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줄을 서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흐름은 시장 하락세 속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암호화폐 시세가 폭락한 상황에서 ICO가 성공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코인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빠르게 식었다. 코인 다단계의 문제점이 알려졌기 때문이 아니라, 투자수단으로서 암호화폐의 매력도가 떨어진 상태다. 한 업계 전문가는 “다단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지만, 다단계를 진행하던 사람들이 완전히 코인 시장에서 손을 뗐을지는 알 수 없다”라며 “다른 투기성 사업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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