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식’ 삼성전자 미성년 주주 4년만에 21배 증가…진입장벽 낮아져
“이른 시기부터 금융 이해”…사행적 투자 경험·부의 격차 심화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이율립 기자 = 직장인 조지상(46)씨는 지난해 말 중학교 2학년 아들 명의로 주식 계좌를 만들고 목돈 50만원을 넣어줬다.
조군은 이후 매달 받는 용돈 중 일부를 투자해 때로는 간식비를 벌고 때로는 쓴맛을 본다. 조군은 자기 반에 주식을 하는 아이들이 3분의 1은 된다고 했다.
조씨는 “교육 차원에서 위험한 투자보다는 삼성전자나 SK처럼 비교적 안정적인 대기업 종목 위주로 거래를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군의 사례 같은 10대 미성년자의 주식 투자는 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주식 투자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가 2020년 ‘동학 개미의 운동’ 이후 급변했고, 이 같은 주식 투자 붐의 영향은 10대 ‘주린이'(주식+어린이) 양성으로 이어졌다. 저금리 기조 속에 증시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면서 투자 연령은 낮아져 왔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키움증권의 미성년 고객 수는 5년 전보다 약 14배 늘어나 48만명을 돌파했다. KB증권 역시 지난해 미성년 고객이 17만5천260명으로 4년 전에 비해 15배 증가했다.
‘국민주식’ 삼성전자 주주 중 미성년자는 작년 말 기준 전체 주주의 8.38%에 해당하는 39만1천869명이었다. 2019년 말과 비교하면 미성년 주주의 비중은 2.6배, 수는 21.4배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미성년자도 손쉽게 주식 거래를 할 수 있고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시황 제공방, 유튜브 등을 통해 관련 정보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덕이 크다.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4월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을 개편해 부모가 영업점 방문 없이 비대면으로 미성년자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길을 터줬다.
특히 과거에는 부모들이 자녀 명의로 투자하거나 증여를 목적으로 개설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근래에는 청소년이 스스로 주식에 투자해 자산을 관리하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전문가들은 이른 시기부터 금융을 이해하고 친숙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성년자가 처음부터 거액을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부모가 투자 접근 방법과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 적은 금액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위험은 높지 않고 교육적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황 연구위원은 “가정의 역할이 큰데, 부모들이 투자에 대한 건전한 철학과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자녀에게 신중하게 교육해야 향후 여러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도 기존 교과서의 딱딱한 경제 이론을 넘어 주식을 비롯한 생활 속 금융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현재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서 ‘경제’는 고등학교에만 별도로 개설돼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금융과 경제생활’, ‘생애 설계와 자립’ 등 실생활 중심의 경제교육 과목을 추가로 개설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문적인 경제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로 세금, 투자, 저축 등을 교육하고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직접 개설해보는 과정이 포함될 예정”이라며 “금융감독원과 금융교육단체 등 유관기관과도 교육 방향에 대해 지속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늘어난 기대 수명 속에서 평생의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며 “적어도 중학생부터는 저축과 절약의 중요성, 어떻게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지, 투자의 종류와 균형 등을 전반적인 체계를 갖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청소년들이 사행적인 투자를 경험해 왜곡된 경제관념을 갖거나 부모 세대로부터 물려받는 부의 격차를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유한 가정에서 주식 투자를 먼저 접하는 경향은 있지만 합법적인 증여와 자산 운용을 막을 방법은 없다”며 “부모가 건전한 투자 방법과 자산 운용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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