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클링의 ‘국대’ , 샴페인 마시며 파리올림픽 1열 관람
샴페인 오랜 숙성 요구…고된 훈련 인고하는 선수 닮아
짜릿한 상큼함·복합적 아로마…승리의 순간과 어울려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2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샤요궁의 태극기와 각국 국기 뒤로 에펠탑의 조명이 빛나고 있다. 총 종목 329개 종목에 1만여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21개 종목에 선수 140여 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금메달 5개 이상을 획득해 종합 순위 15위 이내 입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블록미디어=권은중 음식전문기자] 26일(현지시간) 파리 올림픽이 개막했다. 개막식 전부터 한국 양궁대표팀의 임시현 선수가 세계신기록을 기록하는 등 한국 선수들이 선전이 기대된다.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며 여름밤에 마실 프랑스의 샴페인과 스파클링을 소개해본다. 특히 마트에서도 쉽게 고를 수 있는 실속형 샴페인을 골라봤다.
샴페인은 아무래도 가격이 조금 있는 편이다. 왜 그럴까?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에서 나오는 샤르도네, 피노 누아 등으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에만 붙는 이름이다. 1986년 유럽연합이 원산지 보호를 위해 샹파뉴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에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이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조치로 타격을 받은 것은 스페인의 카바였다. 카바는 스페인 카탈루니아 지역의 스파클링 와인인데 샴페인이라는 이름으로 100여년 넘게 판매돼 왔다. 발포성 와인의 총칭은 스파클링 와인이고 샴페인이나 카바는 지역별 하위 개념이다. 하지만 샴페인이 중세때부터 워낙 유명해 스파클링 와인보다 샴페인이라는 단어가 전 세계적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대표하는 고유명사처럼 쓰여왔던 것이다.
샴페인은 이름만 특별한 게 아니다. 제조 방식도 다른 스파클링 와인에 견줘 특별하다. 포도를 손으로 따서 발효시켜 화이트 와인을 만든 뒤에 이 와인을 일일이 병에 담아 효모와 당분을 첨가해 또 한번 발효시킨다. 추가 발효로 거품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때 효모는 죽지만 죽어서 갓구운 빵의 구수한 풍미를 준다.
샴페인, 가격이 비싼 까닭은?
그런데 오래 숙성할 수록 기포는 섬세해지고 풍미가 좋아진다. 샴페인은 최소 24개월을 숙성한다. 길면 15년을 숙성한다. 와인을 만드는데 1년 병입해 발효하는데 최소 2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렇게 오래 숙성하는 화이트 와인은 매우 드물다.
게다가 숙성하는 동안 침전물이 나오는데 이를 모으기 위해 비스듬하게 병을 꽂아 일일이 이 병을 손으로 돌려 준다. 이렇게 개별 병입해 손으로 병을 돌리는 방식은 중세 프랑스의 수도사들이 고안한 것이다. 이 방식을 메토드 클라시코(Metodo Classico) 메소드 트라디시오넬(Méthode Traditionnelle)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트레디셔널 메소드(Traditional Method) 클래시컬 메소드(Classical Method)로 불린다. 샴페인은 이 전통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그러니까 명성과 함께 인건비가 추가된 것이다.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커다란 탱크에서 와인을 2차 발효시킨 뒤 개별 병에 담아서 판매하는 샤르망 방식의 와인이 있다. 샤르망 방식의 와인은 고전적인 샴페인 방식의 와인보다 3분의 1 이하의 가격이다. 이탈리아 중저가 스푸만테나 프로세코가 이 방식을 쓴다. 이 방식을 최초로 고안해낸 곳 역시 이탈리아다(특허는 프랑스가 먼저 받아서 ‘샤르망’이라는 프랑스식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스파클링 와인 가운데 카바는 독특하다. 카바는 와인을 개별 병입해서 기포를 만드는 방식은 똑같은데 병을 돌리는 과정을 기계화했다. 그래서 가격을 다운시켰다. 하지만 개별 병입 해서 가스를 만들기 때문에 카바는 클래시컬 메소드 방식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분류된다. 영리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카바가 ‘가난한 자의 샴페인’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카바는 싼 건 1만원을 하지 않는다. 레저르바를 고르면 기포가 치밀한 것이 샴페인 부럽지 않다.
하지만 샴페인을 마셔보면 다른 어떤 스파클링 와인에 견줘 독보적이다. 이는 이 지역 포도가 가지고 있는 강한 산도 덕분이다. 샴페인은 독일의 리슬링과 함께 포도의 북방한계선으로 불리는 최북단의 샤르도네 등 화이트 품종으로 만들기 때문에 산도가 강하고 드라이하다. 거기에 촘촘한 기포들이 올라와서 가벼운 고기 요리와도 어울릴 정도로 입안에 긴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샴페인은 와인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러니 당연히 가격이 비싸다. 크리스탈, 아르망, 크루거, 돔 페리뇽 같은 샴페인은 30만~40만원부터 시작해서 100만원을 넘기도 한다. 아찔한 가격이다. 보통 샴페인은 10만원 내외다. 하지만 5만원대의 샴페인도 꽤 있다. 이는 포도의 등급에서 오는 차이다. 비싼 샴페인은 가장 좋은 포도를 엄선해서 오래 숙성한다.
대형마트 3만~4만원대 샴페인 판매중
대형마트의 샴페인이 비교적 저렴하다. 26일 현재 이마트는 샤를 드 까자노브 브뤼(Charles de Cazanove Brut) 블랑 드 블랑(샤르도네 100%로 빚은 샴페인을 브랑 드 블랑이라고 한다. 맛이 더 발랄한 편이다)을 이마트 회원에 한해 3만9800원에 팔고 있다. 원래 가격은 6만원대다.
1811년 설립된 샤를 드 까자노브의 브뤼 샴페인은 프랑스 국내 판매 7위로 매우 대중적인 샴페인이다. 하지만 기포가 섬세하고 고소한 구운 빵의 풍미가 느껴진다. 과항향과 레몬같이 강한 산미 그리고 입안에 복합적인 여운이 남는 꽤 괜찮은 마무리를 느낄 수 있는 샴페인이다.
롯데마트는 행사를 하지 않고 있지만 사이러스 머뮤이스(Cyrus Mermuys) 브뤼 샴페인을 4만9900원에 팔고 있다. 이 샴페인은 프랑스에 100여개의 와인숍을 운영하는 와인 도소매업체인 까바뱅의 시그니쳐 샴페인으로 가성비가 뛰어난 샴페인이다.
마트보다 편의점이 편리하다면 니콜라스 푸이야트(Nicholas Feuillate) 브뤼도 5만원대로 샴페인치고는 가격이 괜찮은 편이다. 이 와이너리는 1970년대 출범한 신생 와이너리로 1986년부터 샴페인을 생산해왔다. 싱그러운 꽃과 배 등의 흰색과일과 아몬드 같은 견과류가 조화로운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샴페인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크레망(샴페인 외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 카바(스페인), 프로세코(이탈리아), 젝트(독일) 등도 좋은 대안이 된다. 특히 크레망은 프랑스 와인 양조술로 빚은 만큼 섬세하다. 가격은 3만원대다. 샤르도네와 피노누아와 같은 포도가 유명한 부르고뉴 크레망을 추천한다.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도 상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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