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알트코인 대장주 이더리움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이후 연일 폭락했다. 대표 호재인 현물 ETF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리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반등 계기로는 스테이킹 기능 추가가 꼽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현물 ETF 출시 첫날인 지난 23일(현지시간) 496만원에 거래됐으나, 전날 오전 한때 434만원까지 떨어졌다. 현물 ETF 출시 이후 14% 넘게 빠진 셈이다.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량은 양호한 상태를 유지했다. 거래 시작 첫날(23일) 일일 거래량은 10억달러(1조3835억원)를 상회했으며, 둘째 날은 9억5000만달러(1조3138억원), 셋째 날은 8억5000만달러(1조1759억원)를 각각 기록했다.
양호한 성적표에도 가격이 고꾸라진 배경은 그레이스케일 유출세 탓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때와 마찬가지로 그레이스케일 신탁 상품이 ETF로 전환되면서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이더리움이 빠져나간 것이다.
금융정보 플랫폼 파사이드 인베스터에 따르면 그레이스케일 이더리움신탁(ETHE)은 현물 ETF 출시 이후 3일 동안 총 11억5720만달러(1조6043억원)를 순유출했다.
이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신탁(GBTC) 보다도 가파른 폭이다. 가상자산 트레이더 ‘트레이더 T’는 지난 25일(현지시간) X를 통해 “그레이스케일 ETHE에서 3일 동안 보유한 이더리움의 13%에 달하는 물량이 순유출됐다”며 “지난 1월 비트코인 ETF 출시 이후 GBTC가 3일 동안 기록했던 순유출(보유량 4%)에 비해 3배 빠른 속도”라고 설명했다.
그레이스케일의 대규모 유출이 당분간 이더리움의 상승을 제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앞서 비트코인도 그레이스케일 유출세에 따라 현물 ETF 첫 거래 시작 이후 2주 동안 20% 급락했다.
하세가와 유야 비트뱅크 애널리스트는 “(이더리움은)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됐을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그레이스케일의 이더리움 신탁은 오랫동안 할인된 가격에 거래돼 왔기 때문에 트레이더가 신탁 주식을 매입하고 차익 거래를 위해 현물 이더리움을 매도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테이킹 기능 추가, 반등 계기될까
다만 뚜렷한 반등의 계기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현재 이더리움 현물 ETF 상품에서 제외된 스테이킹 기능이 추가되는 시나리오다.
스테이킹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구분 짓는 특성 중 하나로 일종의 예금 제도와 같다. 투자자가 보유한 이더리움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맡기면 보상으로 이더리움을 돌려받는 구조다.
특히 희소성을 토대로 보유 자체가 투자 목적이 되는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은 스테이킹과 같은 활용 여부가 투자 목적이다. 이에 기존에 스테이킹을 통해 이더리움을 추가로 얻어왔던 투자자라면 현물 ETF에 대한 매력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이더리움 현물 ETF 발행사들은 초기 계획에서 이더리움 스테이킹 수익을 제공하려 했다. 다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성 논란을 이유로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은 트럼프 재선에 따라 내년 1월 친(親)가상자산 기조의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 스테이킹 기능이 추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네이트 제라시 ETF 스토어 대표는 “스테이킹이 이더리움 현물 ETF에 포함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정치적 요소가 이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홍콩에서는 스테이킹 기능이 포함된 이더리움 현물 ETF가 하반기 중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홍콩 가상자산 거래소 OSL의 최고경영자(CEO)인 패트릭 팬은 지난 18일(현지시간) DL뉴스를 통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와 스테이킹이 포함된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를 협상 중”이라며 “6개월 내 해당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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