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정부가 서울 집값 폭등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해 8월 중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 분양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급 확대만이 아닌 추가 대책이 함께 적용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2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 25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 공동으로 ‘제1차 부동산 시장 및 공급상황 점검 TF(태스크포스)’를 열고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특히 8월 중 발표하기로 한 ‘추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과 관련해선 ▲도심 정비사업 신속화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 주택 조기 공급 ▲수도권 내 추가 택지 확보 ▲비(非)아파트 공급 확대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놓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서울 등 수도권 주택 분양 물량이 충분하다며 최근 상승세가 ‘추세적 상승’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던 정부가 종전 입장을 전환한 점은 긍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그동안 금리가 가격을 통제해 별다른 대책 없이도 시장가격이 유지됐지만 이제는 안 된다”며 “정부 기조가 바뀐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공급 확대 신호만으로는 서울 집값 상승을 억제하긴 어려운 만큼 이미 있는 비아파트로 수요를 분산시키는 대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빌라 전세사기 이후 비아파트를 기피하게 된 수요가 아파트 가격과 전셋값을 밀어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연립·다세대, 도시형 생활주택 등 내 집 마련의 징검다리 역할로 비아파트가 활성화하도록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은 주택 수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준주택에 해당하는 오피스텔도 주택 수에서 빼서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신규 택지뿐 아니라 이미 진행되고 있는 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서울의 공급을 늘리려면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도심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풀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으로 정비사업이 지연되는 문제를 언급하며 “공사비 검증 시스템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며 “검증 기관을 여러 곳으로 늘리고 법적 효력도 갖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 다주택자 물량을 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취득세 중과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투기 억제를 위해 수요 조절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고 교수는 “신축 공급 외에 다주택자가 가진 물량이 시장에 돌 수 있도록 하려면 양도소득세율을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며 “법인·개인 임대 사업자에 대한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춰 이들이 시장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주택 매입 물길이 지방 미분양으로 돌아가도록 서울·수도권은 일정 기간 규제로 묶고 지방은 풀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매입 시 각종 세제를 감면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공급 확대와 수요 조절을 동시에 해야 할 시점”이라며 “서울의 핵심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하거나 취득세를 올려 취득 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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