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100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하반기 ‘코인 판도’를 바꿀 주요 이벤트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를 비롯해 대선 후보들 모두 친(親) 가상자산 정책을 내건 만큼 ’11월 강세론’에 기대를 걸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 2024’에서 트럼프가 연설한 이후 9690만원까지 치솟았다. 해당 가격대는 지난달 13일 이후 46일 만이다.
두 달여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배경은 트럼프가 이날 콘퍼런스를 통해 비트코인과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지지와 옹호를 파격적으로 밝힌 영향이다.
가장 주목받은 발언은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적 국가 비축물’로 규정한 것이다. 지난 2021년 밝힌 “비트코인은 사기에 불과하다”는 트럼프 발언과 비교하면 달라진 위상이다. 업계는 이번 발언으로 비트코인이 투기자산에서 기축통화 수준으로 격상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이번 연설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거나 미래에 획득할 비트코인을 100% 전량 보유하는 게 내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며 “모든 미국인이 그 엄청난 부의 혜택을 입도록 영구적 국가 자산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재선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이 강세장을 맞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업계 지지를 받아온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이달 초 높아지면서 비트코인은 20% 넘게 급등한 바 있다.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며 “달러의 가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비트코인이 아닌 현 정부의 행각이다. 안정적인 가상자산 규제안을 통해 미국의 달러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에 이어 연단에 오른 공화당 소속 신시아 루미스 와이오밍주 상원의원이 ‘연방정부가 5년 내 비트코인 100만개를 비축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까지 하자 시장은 더욱 들썩였다. 트럼프 재선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준비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시나리오까지 펼쳐진 셈이기 때문이다. 준비자산은 중앙은행이 국제수지 불균형을 바로잡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비축하는 대외자산이다.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를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쟁적으로 친(親)가상자산 정책을 곧바로 시사한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된 정책이나 발언은 없지만, 전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보다 가상자산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특히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그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는 가상자산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더블록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해리스 대선 캠프는 가상자산 산업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그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무소속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도 비트코인을 미국 정부 전략적 준비 자산으로 매입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참석한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하루에 550개씹 매입, 총 비트코인 400만개를 보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미국 대선발(發) 강세장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대선 후보들 모두 가상자산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연말에는 ‘상승장 2막’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번 트럼프 연설 이후 각종 낙관론이 쏟아지면서 비트코인은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강세 심리를 기록했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샌티먼트는 전날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 댓글과 부정적 댓글의 비율을 측정한 결과 비트코인이 16개월 만에 최고의 강세 심리를 보이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7만달러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강세장의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력 대선 후보가 대선 운동 일환으로 비트코인 행사에 참석한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산업 관계자들은 들뜬 상황”이라며 “트럼프가 가상자산 산업을 주요 지지층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음을 재차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마운트곡스 이슈가 본격화되고 있음에도 비트코인 상승이 예상될 경우 매도가 나올 유인이 낮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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