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연내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대에 미국의 FOMC(공개시장운영위원회)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맞물리며 엔화값이 힘을 받고 있다. 달러당 엔화값은 153엔대로 내려왔고, 100엔당 원화값은 900원 대로 반등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BOJ가 통화정책 피벗(금리 정책 전환)에 나서면서 중장기적으로 엔화값이 반등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이달 말 열리는 FOMC와 BOJ의 7월 회의에서 예상보다 약한 정책 전환 시그널에 엔화값이 일시적으로 재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 달러당 엔화값은 153엔대서 등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이달 초 162엔에 육박했지만 이달말 153엔 초반으로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원·엔 환율은 반등했다.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1.7원을 기록해 사흘째 900원을 웃돌았다.
최근 엔화값 강세에 불을 지핀 것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엔화·위안화 약세는 미국에 매우 불리하다”는 발언이다. 피습으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엔화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가능성도 엔화에 힘을 더했다. 미국은 물가 안정세와 경기 균열 조짐에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였다. 이는 그대로 달러 약세로 나타나며 엔화값 지지로 나타났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CME 패드워치는 9월 인하 가능성은 100%에 달한다.
반면 BOJ의 높아진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엔화 강세로 나타났다. BOJ는 2016년 2월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후 연 -0.1%로 유지하던 단기금리를 지난 3월 연 0~0.1%로 인상했다. 5월 회의에서는 국채 매입 축소 규모를 구체화할 것을 시사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일본의 경제 회복 예상까지 더해지며 올해 하반기 중으로 BOJ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받고 있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BOJ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2차 지지선인 200일 이동평균선인 151.5엔 하회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경계도 엔화값 하방을 지지하는 요소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 당국이 이달 11일 3조엔(약 27조원)이 넘는 자금을 외환 시장에 투입한 데 이어 12일에는 2조엔(약 18조 원) 정도를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7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의 금리 인하 힌트가 구체적이지 않고, BOJ 회의에서도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인 메시지가 나올 경우 엔화값은 다시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외신에서는 BOJ가 7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30% 내외로 보고 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BOJ의 금리 인상 시점을 10월로 전망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예상 범위 내에서 비둘기파적 기조가 유지될 회의로 전망된다”면서 “금리 인상 기대감이 반영된 엔·달러 환율은 하락 폭을 일부 되돌리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어 “BOJ가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기대가 되돌려지면서 원·엔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며 800원대 후반대로 떨어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원화도 함께 약세를 보일 수 있는 만큼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