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형섭 최홍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30일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1조원 이상의 유동성·건전성 문제가 있었지만 당국의 감독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티몬·위메프와 모기업인 큐텐의 자금추적 과정에서는 ‘강한 불법흔적’을 포착했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큐텐 등에 대한 금감원은 자금추적 여부를 묻는 윤한홍 정무위원장의 질의에 “자금추적 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강한 불법 흔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 주말이 지나기 전에 검찰에 수사의뢰를 이미 해놓은 상태”라며 “수사의뢰 과정에서 주요 대상자들에 대한 출국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요청해 놓았다”고 했다.
이어 “최근 금융당국과의 관계에서 보여준 (큐텐 측의) 행동이나 언행을 볼 때 상당히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들이 있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큐텐 측의) 말에 대한 신뢰는 하지 못하고 지난주부터 자금추적에 집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25일부터 티몬·위메프에 7명의 현장검사반을 보낸 금감원은 자금추적 관련 전문가를 추가 합류시키는 등 검사반을 확대했으며 이날 서울 강남의 큐텐 테크놀로지 본사에 티몬·위메프의 상품 등 배송 정보 관련 전산자료를 확보해 분석할 6명의 검사반도 별도로 파견한 상태다.
최대 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사라진 정산대금의 행방과 관련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큐텐 측에 가용한 자금이라든지 혹여 외부로 유용된 자금이 있는지 여부·규모 등을 파악해 재산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SC제일은행이 티몬의 글로벌 쇼핑 플랫폼인 티몬월드에 입점한 판매자(셀러)들에게 선정산대출 한도를 확대해 준 것과 관련한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는 “SC제일은행의 영업정책에 대해서 점검 중에 있다”며 “(선정산대출 관련) 현황은 파악했고 추가적인 내용은 점검 중에 있다”고 답했다.
‘매출 부풀리기가 큐텐과 계열사에만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고 시중은행들도 선정산대출 규모 부풀리기가 있었던 것 같다’는 강 의원 지적에는 “매출채권 할인의 방식으로 자금융통을 해 준 것으로 알고 있고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강 의원이 ‘타은행에서 SC제일은행으로 갈아탄 판매자도 많다고 하는데 모종의 관계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심들 정도로 많이 갈아탔다고 한다’고 하자 “은행과 이커머스, 결제업체 등과 관련한 제반문제들을 빠짐없이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날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의 책임론과 관련해 국회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고 여러번 고개를 숙였다. 금감원은 2년 전부터 티몬·위메프의 자본비율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경영개선 MOU을 체결하며 관리해 왔는데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티몬·위메프에 1조3000억원 정도의 유동성 문제가 있었는데 금감원이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1조원 이상의 건전성·유동성 이슈가 있는 게 맞다”며 “몇 가지 조치를 했지만 결과가 부족해 송구스럽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별도 관리를 하고 재무 자료를 요청했지만 티몬·위메프 측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환불 관련 자료를 위해 큐텐테크놀로지도 방문하려 했으나 업체 측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오늘에서야 겨우 진입해 자료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도 “티몬·위메프가 재무적 문제를 시스템 오류라고 보고하며 고의로 당국을 속였는데 속은 당국도 무능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원장은 “티몬·위메프 측이 시스템 오류라는 취지로 말하길래 신뢰할 수 없어 재무적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매번 수긍하기 어려운 답변을 받았다”며 “소비자와 판매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요구했음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금감원의 감독 소홀”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대해 이 원장은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 올리겠다”며 “법 개정을 요청했으나 개선되지 않았다는 말은 입법 과정에서 긴요한 것 중심으로 됐다는 취지로 말씀드린 건데 책임 회피성처럼 들렸다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감독규정상 저희가 새로운 제재라든가 처벌하는 규정을 둘 수 없다는 대원칙이 있으니 감독의 방식을 규정할 수 있지만 응하지 않을 때 영업취소, 정지, 과징금 등의 조치수단이 없다”며 “향후 감독규정상 행위규제를 추가적으로 볼 수 있는지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금감원이 유동성 비율을 충분히 사전 체크했다면 이런 심각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정문 민주당 의원 지적에는 “철저히 감독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사과 말씀드린다”며 “재무상황들을 감독당국이 어느 정도까지 규제적 방법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지를 이번 기회에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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